여야 정치권이 국민연금 모수개혁에 이어 구조개혁 논의에 착수하면서 자동조정장치 등 주요 선진국의 재정 안정화 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국회입법조사처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24개국은 공적연금 제도에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있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 구조와 경제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 연금액, 수급 연령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캐나다, 150년 후 대비하는 재정계획…핀란드, 수명 늘면 연금액 자동삭감
캐나다 공적연금인 CPP는 확정급여형(DB·수익률에 관계없이 소득 보장) 기금으로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연금 개혁을 추진하면서 자동조정장치도 도입해놨다. 정치권에서 재정 안정화 조치에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다음 재정추계를 시행하기 전까지 3년에 걸쳐 부족한 보험료의 50%를 인상한다. 3년 동안 가입자가 받는 연금도 자동 동결된다. 3년이라는 시한을 둔 이유는 캐나다 CPP의 재정추계가 3년마다 이뤄지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2013년엔 ‘150년 후에도 연금 지급에 필요한 준비금의 100%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정추계 범위를 150년으로 늘렸다. 국민연금은 현재 5년마다 향후 70년 기간에 대해 재정추계를 한다.

확정급여 중심의 연금제도를 유지하는 핀란드도 2017년 개혁을 통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연금액을 자동 삭감하는 ‘기대여명계수’ 방식이다. 현재 50%가 넘는 소득대체율은 이 장치가 발동되면 45%까지 줄어들 수 있다. 가입자의 부담률(보험료율 약 24%)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금제도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당시 개혁으로 연금 시스템이 소득비례 연금 중심의 설계로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핀란드 정부는 주거 수당 등을 조합해 저소득층 노인을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은 1999년 연금 개혁을 통해 낸 만큼 돌려받는 명목 확정기여형(NDC)을 도입한 첫 국가다. NDC는 확정기여형(DC·수익에 따라 소득 연동) 제도의 일종으로 가상의(명목상) 계좌에서 보험료와 수급액을 균형에 맞게 설계하게 돼 있어 자동조정장치의 효과가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스웨덴의 1999년 연금 개혁의 본질은 연금정책과 사회정책을 분리했다는 데 있다”며 “기초연금은 세금으로 뒷받침되는 최저연금보장제도로 전환해 필수 취약계층만 타기팅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은 공적연금 외에 사적연금도 자동가입 방식으로 설계해 전체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했다.

1985년 국민기초연금과 후생연금의 이중구조 체계를 확립한 일본은 2004년 연금 개혁을 통해 보험료율은 18.3%로 상한을 정하고, 소득대체율 하한은 50%로 정했다. 당시 ‘거시경제슬라이드’라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인구와 경제 변화 등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도록 했다.

김리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