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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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장한 ‘해방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4월2일부터 주요 국가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시 한 번 이날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조하면서 “관세는 영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주 발표한 자동차 및 부품 관세(25%)로 인해 차값이 상승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이 미국산 자동차를 살 것이므로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물가 상승이나 시장 충격은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각국은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막바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더 공격적으로”

2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최근 고위 참모진에게 더 공세적인 관세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주문에 따라 참모들이 상호관세 발표 때 어느 국가의 어떤 수입품을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밝힌 ‘더티 15’ 국가들이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티 15’의 기준이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보는 나라들이 주요 대상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 8~9위 수준으로 대상에 포함될 여지가 크다.

상호관세가 협상의 대상이 될지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그는 지난 28일 전용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호관세 발표 전에 협상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아니다. 아마도 그 뒤에”라고 답했다. 먼저 관세를 부과하고 그 다음에 협상을 한다는 얘기다.

모든 나라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 계산이 쉽지 않다보니 보편관세 아이디어가 다시 거론되는 분위기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원산지에 관계 없이 대부분의 수입품에 적용되는 보편관세 도입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더티 15’ 외 국가에도 일정 수준의 관세 장벽을 쌓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 ‘영구 관세’인지 ‘협상용 관세’인지에 대한 혼란도 여전하다. 협상을 통해 관세를 인하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수조달러 규모 관세수입은 불가능하다. 택스파운데이션 소속 경제학자인 에리카 요크는 WP에 “지금까지 언급된 목표 중 일부는 모순적”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진짜 목적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 보복·협상 대응

각국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보복관세를 다짐하는 쪽과 협상 테이블에서 물러나지 않으려는 쪽이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모두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으로 묶여 있지만, 보복관세를 공언한 캐나다와 달리 멕시코는 최대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도 멕시코처럼 비교적 차분한 톤을 유지하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다만 이유는 멕시코와 다소 다르다. 영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 무역협정 체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관세 부과를 비켜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EU는 회원국 내 이견을 조율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일부 EU 회원국이 버번 위스키나 대두와 같은 식음료 부문에 대한 보복관세를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소비시장을 잃을 위험이 더 크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은 긴장하고 있다. 달러가치는 올 들어 4% 가량 떨어졌다. 관세와 물가상승,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인해 증시도 약세다. 금값은 지난 28일 트로이온스당 3074달러를 넘어서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공화당 내에서도 과격한 관세정책으로 인한 침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회 관계자들은 최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회동에서 관세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싱크탱크인 번영촉진위원회의 공동 설립자 스티븐 무어는 “제조업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면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는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이 월가나 소비자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별로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NBC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47%)은 최고치를 찍었지만 과반수 국민은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54%가 반대한다는 뜻을 보였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