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장 종목의 공매도가 오늘부터 전면 재개된다. 외국인 투자자는 공매도 재개에 앞서 주식을 빌리는 대차거래를 크게 늘리며 국내 증시 복귀를 예고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대차거래잔액은 66조6401억원으로 지난달 말 52조5600억원에서 14조원(26.8%) 넘게 증가했다. 작년 말 47조1763억원에 비해서는 41.3% 늘었다. 공매도를 금지하기 직전인 2023년 10월 말 78조원 수준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 대차거래는 수수료를 내고 증권사 등에서 주식을 빌리는 것으로, 공매도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간주된다.
28일 체결된 대차거래 주식만 2억9104만 주로, 이달 들어 직전일까지 하루 평균 수량인 4239만 주에서 7배가량 폭증했다. 사실상 공매도를 위해 3억 주를 ‘장전’한 셈이다. 특히 외국인의 차입 거래가 크게 늘었다. 이날 차입 거래 중 외국인 비중은 64.8%(1억8846만 주)에 달했다.
美 변동성 커지고, 유럽은 이미 급등…韓, 공매도 재개로 저평가 매력 부각
31일 5년 만의 공매도 전면 재개를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 귀환으로 침체된 국내 증시가 살아날 것이란 긍정적 전망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지적이다. 2차전지 등 최근 들어 대차거래 잔액이 증가한 업종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韓 증시 매력 부각되나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이 대차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차입 기준)은 64.8%에 달했다. 지난 1월 33.5%, 지난달 37.3%에서 빠르게 증가했다.
공매도 재개는 전 종목 기준으로 5년 만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월 전면 금지됐다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2021년 5월 재개됐다. 그러나 개인투자자 반발 등으로 2023년 11월 다시 규제에 들어갔다.
공매도 재개를 계기로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외국인의 ‘셀 코리아’ 공세가 잦아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공매도를 통한 수익 확대와 위험 헤지(분산)가 가능해지면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올 것이란 기대다. 예컨대 해외 롱쇼트펀드 등은 매수 전략(롱)과 공매도(쇼트)를 함께 쓰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분산한다. 한국처럼 공매도가 금지된 시장에는 투자할 유인이 부족하다.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 27일 기준 32.6%로 작년 7월 36.1%에서 대폭 낮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의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공매도는 외국인 복귀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반등하는 듯하던 미국 증시는 28일 나스닥종합지수가 2.7% 폭락하는 등 변동성이 여전하다. 이날 S&P500지수도 1.97% 급락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관세 정책에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맞물리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유럽과 중국은 독일 DAX지수와 홍콩 항셍지수가 올 들어 각각 12.8%, 16.8% 급등하는 등 밸류에이션 매력이 덜하다. 한 운용사 대표는 “공매도 재개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지면서 한국 시장의 저평가 매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방산 등 투자 유의해야
공매도 재개는 특정 업종을 중심으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2차전지와 바이오가 대표적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시가총액 대비 대차거래 잔액 비중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2차전지와 바이오 업종이다. 구체적으로 에코프로비엠(15%), 포스코퓨처엠(12.5%), 엘앤에프(12%), 에코프로(11.3%), 유한양행(11.1%), HLB(8%), SKC(7.5%)다.
반면 과거 공매도 재개 후 약 한 달간 성장주 대비 가치주의 수익률이 양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에는 성장주가 1.5% 하락하는 동안 가치주는 0.1% 오르며 선방했고, 2011년과 2021년에는 각각 -2.8%와 2%, 0.6%와 4.1%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대신증권은 반도체 자동차 유통 유틸리티 등을 공매도 ‘안전지대’로, 조선 방산 화학 건강관리 등을 ‘위험지대’로 분류했다.
한편 31일부터 대체거래소(넥스트레이드) 거래 종목이 기존 348개에서 794개로 두 배 이상 늘어난다. 기관이 주로 활용하는 대량·바스켓매매도 이날부터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