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일벌백계? 징계내용 구체적으로 공개했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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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 명예훼손죄 가능성
먼저 형사책임과 관련해,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문제된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형법 제307조 제1항), 여기서 ‘명예훼손’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침해하는 것을 말하고(대법원 1987. 5. 12. 선고 87도739 판결), ‘공연히’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사내 게시판, 전산망 등에 징계대상자들의 비위행위, 징계처분 결과, 나아가 성명, 부서, 직급 등까지 공개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될 것이다. 다만 그렇더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위법성이 없어져 처벌되지 않는다(형법 제310조).
또한 정보통신망인 사내 전산망에 징계결과를 공개할 경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도 문제된다. 이는 형법상 명예훼손죄 구성요건에 더해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요구되는데(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대법원 2011. 11. 24. 선고 2010도10864 판결). 결국 ‘공공의 이익’ 인정 여부에 따라 형법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성립 여부가 좌우된다.
판례에 따르면,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는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감안함과 동시에 그 표현에 의하여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고려하여 결정된다(대법원 1998. 10. 9. 선고 97도158 판결).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회사에서 징계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 징계 회부 단계에서 징계대상자에 대한 징계절차 회부 사실과 징계사유가 기재된 문서를 사내 게시판에 게시한 행위’에 대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서 형법 제310조에 의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형법상 명예훼손죄를 인정한 바 있다(대법원 2021. 8. 26. 선고 2021도6416 판결).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i)적시된 내용에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절차에 회부됐을 뿐인 단계에서 그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사회적으로 상당한 행위라고 보기 어려운 점, (ii)징계절차 회부 사실 뿐만 아니라 개략적인 징계사유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절차에 관한 사항’이 공개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iii)징계업무 담당 직원인 피고인은 징계절차를 숙지할 의무도 부담하므로 절차상 중대한 흠이 있는 점, (iv)피해자가 징계절차에 회부됐다는 사실이 공개되는 경우 피해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는 가볍지 않음에 비해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 도모’라는 공익이 달성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설령 그와 같은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 의결이 이뤄진 후에 공지하더라도 공익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고 보이는 점, (v)문서가 게시된 각 게시판이 회사 구성원 뿐만 아니라 외부인들도 왕래가 빈번한 장소여서 공개방식이나 게시 장소도 적절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처럼 비위행위 예방 목적을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으로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달성할 공익에 비해 징계대상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인격권 침해가 더 크다고 인정되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될 수 있고, 결국 관련 임직원들이 형법상 명예훼손죄 내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 직장 내 괴롭힘 가능성
직장 내 괴롭힘이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최근 고용노동부는 “회사가 특정 근로자에게 취한 징계 조치를 사내 공지할 경우에도 징계 사실의 사내 공지에 대한 여타 법령의 위반 여부, 구체적 사실관계 등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근로기준정책과-389, 2022. 2. 7.).
따라서 징계처분 내용을 공개한 결과 징계대상자들이 침해받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인격권이 상당하고 이로 인해 징계대상자들이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받는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 가능성
앞서 형사책임,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인정에 따른 징계조치와 별개로, 징계결과 공표 행위가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정되어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민법 제750조 및 제751조).
이와 관련해 법원은 ‘대학원이 석사 과정 중인 대학원생의 등록금 미납에 따른 제적조치를 실명을 들어 공표한 사안’에서, (i)학생에 대한 징계사실 공표에 관하여는 학칙, 관련 법령에 규정이 없는 점, (ii)징계사실 공표 목적은 비위행위에 대한 예방효과가 주된 목적인데 이는 실명을 거론하여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않고 ‘등록금 2회 미납한 대학원생 2명이 제적처리되었으므로, 재학생들은 등록금을 미납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는 정도로 공표해도 달성할 수 있는 점을 들면서, 해당 공표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관여자들의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01. 5. 28. 선고 2009가단44581 판결).
◆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
징계대상자들의 성명, 부서, 직급, 이와 결합된 비위행위 내용, 징계처분 결과 등은 모두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제1호). 회사는 개인정보처리자로서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지만, 징계사실을 사내에 공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회사가 징계사실을 사내 공표하기 위해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관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이라면, 징계사실 공표를 위해 직원의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회사가 보유한 개인정보처리지침 내지 관련 내규에 반하는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회사 직원들에 대한 공표는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제1항).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2023. 1. 펴낸 개인정보보호가이드라인(인사·노무편)에서도 “전보·승진 사실 등 근로자의 개인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려는 경우 정보주체인 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고, 징계·해고 등의 내용은 원칙적으로 비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따라서 징계대상자들의 성명, 부서, 직급, 비위행위 내용과 징계처분 결과 등을 사내 공표하는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위반으로 관련자들과 법인이 형사처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개인정보보호법 제71조 제1호, 제74조 제2항). 또한 사안에 따라 징계대상자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으며, 이 때 개인정보처리자인 회사는 고의·과실이 없음을 증명해야 면책된다(개인정보보호법 제39조).
따라서 회사는 경각심 고취를 목적으로 징계 결과를 사내에 공표할 필요가 있더라도, 징계대상자들의 성명, 부서, 직급 등 징계대상자가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배제하여 인적사항을 특정하지 않은 채, 단지 징계의 내용(징계사유 및 징계처분)만을 공지하고, 그 징계사유 역시 핵심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으로 축약해서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혜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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