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규제 완화에…'녹색 투자' 탄소 ETF 줄하락
주요 ESG 투자 테마로 꼽히는 ‘녹색 원자재’ 탄소배출권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줄하락세를 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 규제를 기업들 부담이 덜한 쪽으로 조정하면서 탄소배출권 수요공급 전망이 바뀌고 있는 영향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날까지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인버스ICE(H)는 수익률 6.85%를 냈다. 이 기간 국내 상장 ETF 중 수익률 상위 10위다. 이 ETF는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 가격 일일변동률을 역으로 추종한다.

같은 기간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H)은 6.68% 내렸다.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ICE(H)는 6.55% 내리막을 탔다.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ICE(합성)은 3.62% 빠졌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 일정량을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허용 기준보다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그만큼에 대해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은 기업은 초과 배출량만큼 과징금을 내고, 탄소배출권 추가 구매 의무도 부담해야 한다.

최근 탄소배출권 ETF는 가장 큰 시장인 유럽이 규제를 연달아 완화하면서 가격이 내리고 있다. EU는 이달 초 유럽 내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자동차 제조사에 대해서 탄소 배출량 규제를 일부 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배출량 초과 과징금 부과를 3년간 유예하는 게 골자다. EU는 이달 안에 'CO₂ 표준 규정'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EU는 지난달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대상을 기존에 비해 줄인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CBAM은 EU 역외에서 생산한 제품을 EU로 수입할 때 생산 과정에서 나온 탄소 배출량 추정치를 기준으로 일종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시멘트, 전기, 비료, 철·철강, 알루미늄, 수소 등 6가지 품목에 대해 적용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EU가 ESG에서 아예 발을 빼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EU는 올해부터 CBAM을 시범 적용해 내년 본격 시행하고자 한다”며 “정책 방향성의 변화라기보다는 정책의 현실화에 더 가까운 조치”라고 설명했다.

선한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