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홈플러스 운영권 유지…국민연금 투자금 회수에 최선"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이 펀드 출자자(LP)들에 배포한 ‘연례 서한’에서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회사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해 의미 있는 지분가치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달 24일 MBK파트너스의 주요 LP에 발송하는 투자자 서한에서 이같이 밝히며 “우선주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보통주 투자자 등 일부 이해관계자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고 입장을 냈다. 보통주에 투자한 LP들의 불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상장전환우선주(RCPS) 투자자인 국민연금 등의 투자금 회수를 최우선으로 돕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MBK 포트폴리오 가운데 가장 큰 투자처인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운전자본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회생절차에 빠졌다”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생 과정에서 언론의 비판이 있었지만 모든 이해관계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개인 기부를 포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조치들을 발표했다”고 평가했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기업회생과 관련해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처해 홈플러스 경영진과 MBK파트너스가 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한 정황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MBK파트너스는 최대주주(영풍)의 백기사라고 소개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는 언론 헤드라인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가 지배구조 개선을 바탕으로 한 한국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 궤를 맞춘 행보인 점을 강조하며 향후 비슷한 거래를 이끌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인구통계학적 변화, 고령화 등 핵심 섹터 집중, 기업 지배구조 개혁 등을 아시아 시장 투자를 이끄는 ‘3개의 화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령화와 여성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 변화하는 인구 구조가 아시아 시장에서 노인 케어와 유통 및 소비재 산업의 격변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또 일본 사모펀드(PEF)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인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한국의 ‘밸류업 정책’으로 이어져 한국 PE 시장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고 진단했다.

MBK파트너스는 이번 투자자 서한에서 지난해 한국과 일본에서 8건, 36억달러의 신규 투자를 집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자산은 12억달러, 보유한 포트폴리오 자산은 총 200억달러에 달한다. 2005년 MBK파트너스를 설립한 김 회장은 이듬해인 2006년부터 연례서한을 배포해왔다. 국민연금,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국내외 100여 개 기관투자가가 받아보고 있다.

차준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