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전 세계를 상대로 기본관세(10%)와 함께 주요 대미흑자국을 겨냥해 상호관세를 발표하자 각국이 혼란에 빠졌다.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호관세율, 상호관세와 다른 관세 간 상관관계 등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을 문답으로 정리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홈페이지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각 교역 상대국 간 무역적자를 균형으로 만들기 위해(0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관세율”을 도출했다. USTR이 공개한 산식에 따르면 해당국 대상 무역적자를 수입수요의 가격탄력성, 관세의 수입가격 전가율, 미국 수입 규모를 곱한 값으로 나눴다.

그러나 이 중에서 가격탄력성은 4, 수입가격 전가율은 0.25로 상정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는 미국의 국가별 무역적자(수출-수입)를 해당 국가의 수입액으로 나눈 값과 동일하다. 예컨대 미국이 지난해 한국에서 수입한 금액(상품 기준)은 1315억달러고, 미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낸 무역적자는 660억달러다. 660억달러를 1315억달러로 나누면 50%인데 이를 절반으로 나눈 25%를 한국의 상호관세율로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나라의 상호관세율도 이런 계산을 적용하면 대부분 들어맞는다. USTR은 이런 계산법이 “지속적인 무역적자가 관세 및 비관세 요인의 조합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는 상식 밖의 주장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발표에서 이런 설명조차 없이 각국의 ‘대미관세율-환율조작 및 비관세 장벽 포함’이라고 적은 표를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로 발표했지만 백악관은 26%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일단 트럼프 대통령 발표대로 25%라고 언론에 공지했는데, 백악관에 어떤 수치가 맞는지 확인을 요청한 상태다.

기본관세 10%는 미 동부시간으로 5일 0시(한국시간 5일 오후 1시), 상호관세는 9일 0시(한국시간 9일 오후 1시)에 발효된다. 기본관세와 상호관세는 합산되지 않는다. 부과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이 적자 해소 등을 기준으로 해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중복되지 않는다. 지난달 12일부터 25% 관세가 부과된 철강·알루미늄은 국가별 상호관세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달 3일부터 25% 관세가 부과되는 자동차 및 자동차 주요 부품에 대한 상호관세도 면제다. 미 정부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아직 관세율이 발표되지 않은 구리, 의약품, 목재, 반도체, 광물 등 품목도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이들 품목은 향후 관세율이 정해지면 품목별 관세를 따르게 된다.

미국은 전 세계 57개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에는 10% 기본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적용받는 멕시코와 캐나다는 이날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일단 빠졌다. 백악관은 이외에 금괴,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에너지 및 특정 광물 등은 이 조치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펜타닐 등 마약과 이민자 유입을 근거로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미국은 현재 USMCA 적용 품목에 0% 관세율을, USMCA가 적용되지 않는 품목에는 25%(에너지 및 칼륨은 10%) 관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 조치가 당분간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34%다. 중국은 2월 4일부터 10%의 추가 관세에 더해 3월 4일부터는 20%(10%+10%)의 추가 관세를 물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34%와 합산하면 추가 관세만 54%에 달한다. 기존 대중 관세율(13% 수준)에 상호관세와 추가관세가 더해지면 대중 관세율은 67%까지 높아진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추정에 따르면 중국산 제품 관세율이 54%로 계산되면 2030년까지 중국의 대미 수출은 9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 역시 이번 상호관세 부과로 사실상 백지화됐다. 재개정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한국과의 FTA 협정을 폐기하려고 시도했지만 일부 개정에 그쳤었다. 미국은 이번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뒤 한국 등 각국과 협상에 나서는 과정에서 미국에 유리한 무역 환경을 조성하고 각국에 대미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현/워싱턴=이상은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