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4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임기(5년)를 3년도 채우지 못한 채 대통령직을 내려놓게 됐다. 동시에 경호·경비를 제외한 연금 지급, 비서관 배치, 국립현충원 안장 등의 전직 대통령 예우를 모두 박탈당했다. 며칠 내로 서울 한남동 관저도 떠나야 한다. 불소추 특권이 없는 자연인 신분으로 형사재판을 받아야 할 운명도 앞두고 있다.

◇ 대통령실 봉황기 내려

< 고요한 한남동 관저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인용한 4일 서울 한남동 관저 모습. 윤 전 대통령은 며칠 내로 관저를 떠나야 한다.  최혁 기자
< 고요한 한남동 관저 >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인용한 4일 서울 한남동 관저 모습. 윤 전 대통령은 며칠 내로 관저를 떠나야 한다. 최혁 기자
윤 전 대통령은 이날 헌재에 출석하지 않고 관저에서 TV로 헌재 선고를 지켜봤다. 그는 오전 11시22분 헌재 파면 결정이 난 이후에도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가 2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1시55분께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152자의 짤막한 입장문을 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며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 주고 응원해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헌재 판단에 승복한다는 내용도,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도 담기지 않았다. 헌재 결정을 두고 양분된 여론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헌재가 전원 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리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전날까지 ‘4 대 4 기각 또는 각하’가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복귀에 대비해 현안 업무보고와 국무회의 소집,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개최 등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전 대통령 파면에 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선 정문 게양대에 걸려 있던 국가 수반의 상징인 봉황기가 오전 11시40분께 깃대에서 내려왔다. 국방부는 부대관리훈령에 따라 전 군에 걸린 윤 전 대통령 사진을 철거했다. 외교부도 각국 주재 대사관과 총영사관 등 재외공관에 있는 윤 전 대통령 사진을 내리도록 할 예정이다.

◇ 월 연금 1533만원 상실

관저 떠나는 尹 "국민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안타깝고 죄송하다"
윤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예우도 대부분 박탈당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은 대통령 보수연액(월급의 8.85배)의 95%를 연금으로 받고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을 둘 수 있다. 교통 통신 및 사무실 제공, 무료 의료 혜택 등의 지원도 받는다. 그러나 탄핵으로 파면된 대통령은 이런 예우를 받을 수 없다. 올해 윤 전 대통령 연봉은 2억6258만원(세전)으로 보수연액은 1억9365만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윤 전 대통령이 받을 연금은 월 1533만843원이었다. 이와 함께 국립현충원에 안장될 자격도 잃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경비는 파면된 경우에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임기를 채운 전직 대통령은 최장 15년(10년+추가 요구 시 5년) 경호 대상이 되지만 파면된 대통령은 그 기간이 10년으로 줄어든다. 이후에는 경찰로 경호 업무가 이관된다.

윤 전 대통령이 언제 한남동 관저를 떠날지도 관심사다. 파면 직후 언제까지 관저를 비워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신변 정리와 사저 정비 등을 하며 며칠간 관저에 머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후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 거주하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파면 이후 경호 문제 등으로 이틀 뒤 청와대 관저를 떠났다.

양길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