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움직이는 민주 非明

진보진영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 직후 주말을 공개 일정 없이 보냈다. 김부겸 전 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동연 경기지사 등 민주당 내 다른 잠룡은 개헌 및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 경선제) 관련 메시지를 내며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대선 출마를 저울질했던 박용진 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 9일께 출마선언할 듯…국힘은 '춘추전국시대' 예고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 날짜를 지정하면 곧바로 당대표직을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이 8일 국무회의에서 대선 날짜를 지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대표는 이튿날인 9일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당대표 사퇴를 선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대표가 당대표직을 내려 놓으면 박찬대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경선을 관리하게 된다.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그대로 유지된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사실상 독주체제를 굳혔다는 평가가 많다. 이 때문에 경선 때도 사실상 본선을 겨냥한 중도 확장 행보를 이어가면서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를 띄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이재명계 주자들은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두관 전 의원은 7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 진보 진영에서 나온 첫 대선 출마 선언이다. 김 전 의원은 출마 선언 직전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 묘소를 참배할 예정이다.

김 전 총리는 이날 SNS에 “곧 있을 대선의 의미는 막중하다”며 “정권 교체는 필수”라고 썼다. 조국혁신당이 제안한 오픈 프라이머리를 수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전 총리 측 관계자는 “대권 도전 여부를 숙고하고 있다”며 “결단 시점이 많이 늦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지사 역시 이번주에 공식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제안에 동조하는 메시지도 내놨다. 김동연 지사는 주말 사이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이번주에는 출마 여부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이날 불출마를 선언한 박 전 의원은 “평당원으로 국민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한 제 역할을 찾아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나서는 용기 못지않게 물러설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낮은 자세로 역량을 키우고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권 뛰어드는 국힘 잠룡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파면되자 국민의힘이 본격적인 ‘대선 체제’로 전환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나기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조기 대선을 언급하지 못했던 잠룡들도 하나둘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현재 구도는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불리하지만 경선 과정에서의 ‘컨벤션 효과’ 및 보수 결집 등을 기대해 보자는 전략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잠룡들은 이번주 초 당내 경선관리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후보 등록을 시작할 예정이다. 범보수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5일 자택 근처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대선 참여를 시사했다. 김 장관은 “아무런 욕심은 없지만 나라가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며 “우리 국민 모두 힘을 합쳐서 반드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꼭 이룩하는 좋은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김 장관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장관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에 입당해야 해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30여 년 정치 인생의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고 (대선을)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 다음주부터 국민 여러분 앞에 다시 서겠다’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홍 시장은 이번주 시장직을 사퇴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전망이다. 그는 SNS에 ‘서로 비난 말고 모두 함께 가자.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자. 우리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는 좌우를 넘어 헌정질서를 복원할 사람을 뽑는 선거”라며 한 전 대표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안철수 의원도 “착한 리더의 첨단 대한민국이 진짜 대한민국”이라며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안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면 이번주 중반 광화문을 생각하고 있다”며 “광화문은 국민통합의 상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이철우 경북지사를 비롯한 시·도지사들이 주중 출마 관련 입장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경원 의원 등 일부 중진 의원이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조기 대선까지 시간이 길지 않은 데다 국민의힘 내 압도적 1위 후보가 없는 만큼 잠룡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개혁신당 대선 후보인 이준석 의원은 이날 대구·경북 지역을 찾아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로하고 자원봉사를 했다. 개혁신당은 지난달 18일 이 의원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한재영/정소람/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