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신고자는 징계 못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의 직장 내 성희롱을 금지하면서 직장 내 성희롱 발생시 사업주가 조치해야 할 사항에 관하여 비교적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을 억제하면서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였을 경우 사업주로 하여금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함으로써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입법으로 이해된다.

피해근로자에 대한 보다 두터운 보호를 위해서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직장 내 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를 포함하는 개념)에게 사업주가 해서는 안될 사항들을 직접 규제하는 조항도 두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파면, 해임, 해고, 그 밖에 신분상실에 해당하는 불이익 조치 △징계, 정직, 감봉, 강등, 승진 제한 등 부당한 인사조치 △직무 미부여, 직무 재배치, 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 △성과평가 또는 동료평가 등에서 차별이나 그에 따른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 지급 △직업능력 개발 및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기회의 제한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의 발생을 방치하는 행위 △그 밖에 신고를 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등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불리한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징역형만 놓고 보았을 때 3년 이하의 징역은 형법상 협박, 인신매매 예비·음모, 업무상비밀누설, 주거침입, 공무원자격사칭 등의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선고할 수 있는 법정형이다. 피해근로자등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이들 범죄와 동일한 법정형을 정해 둔 것은, 그만큼 중한 사안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역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과 유사한 형태로 규제하고 있는데,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남녀고용평등법과 차이점이 있다. 즉 남녀고용평등법은 소규모 사업장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므로, 일부 사업장의 경우 법에서 요구하는 규제를 모두 준수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는데,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 및 처벌 가능성을 고려하면 철저히 준수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법원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직장 내 성희롱 신고 이후 시기적으로 가까운 시기에 신고자를 해고하였더라도 회사가 신고에 따른 남녀고용평등법상 규제를 모두 준수하였고, 별도의 해고 사유가 인정되는 이상 직장 내 성희롱 신고에 따른 불이익 처우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판결인데 앞서 언급한 남녀고용평등법상 규제의 내용을 보면 마치 직장 내 괴롭힌 신고를 한 근로자에게는 아무것도 하면 안되는 것처럼 보여서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한 직원이 저지른 비위행위에 대한 징계조치 가부에 대하여 실무적으로 고민이 따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사업주 입장에서는 피해자 뿐만 아니라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를 대함에 있어서도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고,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포함하여 적법한 조치를 모두 이행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근로자등이 조사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지속적인 다툼을 제기하면서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경우 인사 담당자의 고민은 더욱 커진다.

해당 판결의 원고는 글로벌 본사에 ‘국내영업소 대표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하였고, 글로벌 본사는 국내 법무법인에 내부조사를 의뢰하여 한국 법률상 규제 대상인 직장 내 괴롭힘 및 직장 내 성희롱은 인정되기 어려우나, 부적절한 행동이 있었다는 법률검토를 받아, 국내영업소 대표에게 구두 경고를 하였다. 회사는 위 신고를 접수한 이후 즉시 원고의 의사를 확인하여 재택근무를 하도록 분리조치를 하였고, 국내영업소 대표에 대한 구두 경고 이후 원고의 희망에 따라 해외에서의 근무를 위한 기회를 제공하였으나 원고의 사정으로 실제 이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하였다. 이후 원고는 직장 내 괴롭힘 및 직장 내 성희롱의 피해를 입었다고 거듭 주장하면서 몇 주 동안 직무를 수행하지 않고, 국내영업소 대표의 업무 지시에도 따르지 않았다. 이에 원고에게 업무불이행 등을 이유로 해고를 통지하자, 원고는 해고무효확인과 미지급 임금지급,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원고는 해고가 국내영업소 대표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및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등 문제제기를 이유로 한 불이익 처우라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은 ①원고의 신고 이후 지체 없이 조사를 실시하였고, 조사 결과에 따라 국내영업소 대표에게 구두 경고 조치를 한 점 ②국내영업소는 소규모 조직으로 원고가 국내영업소에서 근무하는 한 국내영업소 대표의 업무 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고, 성희롱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이상 국내영업소 대표의 근무장소를 변경할 수도 없는 점 ③국내영업소 대표가 원고에게 지시한 업무는 원고의 업무 범위에 포함된 내용으로 부당한 지시라고 보기 어려운데 원고가 상사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일방적으로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고를 해고한 것인 점을 들어 해고는 원고의 직장 내 성희롱 신고에 대한 불이익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해당 판결은 직장 내 성희롱 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 처우 여부에 관한 선례적 판단을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직장 내 성희롱 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하였다고 하여 건드릴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로, 향후 직장 내 성희롱 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남용되는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직장 내 성희롱 또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법률에 따른 조사와 조치를 취하여야 직장 내 성희롱 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 처우 문제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조홍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