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운영에 이름까지 같은데…해고된 직원 분노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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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위원회 "부부가 서로 다른 지역에서 각각 운영하는
같은 이름의 야채 가게는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수 없다"
같은 이름의 야채 가게는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수 없다"

9일 노무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이같이 판단하고 야채가게에서 일했던 직원 A씨가 낸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각하했다.
A씨는 2022년 6월부터 9월까지 24년지기 고등학교 친구인 B씨의 야채가게에서 일했다. 이후 같은 해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는 B씨의 부인이 다른 지역에서 운영하는 동명의 야채가게 직원으로 근무했다. A씨는 그해 7월 원래 있던 근무지로 다시 돌아왔는데 B씨의 부인과의 불화 탓이었다.
A씨는 지난해 9월 결국 해고됐다. 해고는 B씨 매장에서 일했을 때 당했지만 해고예고통지서는 아내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발송됐다. 해고예고통지서엔 '지속적인 전화, 업무지시 불이행, 근무시간 중 중고거래 등'이 해고 사유로 제시됐다. 근무 도중 다른 곳에서 일을 도와주고 수당을 받은 점도 포함됐다. 이에 A씨는 구체적 해고 사유에 관한 서면 통지 없이 해고가 이뤄져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B씨 측은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인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상 해고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쟁점은 A씨가 일한 사업장이 근로자 5인 이상인지 여부였다. A씨는 B씨와 부인의 야채가게를 하나의 사업장으로 보면 상시근로자가 7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자기 매장만을 기준으로 상시근로자가 3.2명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A씨는 양쪽 사업장을 오가면서 일했고 B씨 매장에서 일할 때도 그의 부인에게서 지시를 받은 점을 근거로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주장했다. B씨 매장에서 일할 때 해고 통보를 그의 부인이 한 것도 사업장이 하나임을 입증하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B씨 측은 A씨가 전세대출이 확정되지 않아 퇴사 처리에 부담을 느껴 소속 사업장을 굳이 변경하지 않은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회계도 분리되어 있는 데다 서로 물건을 주고받을 때도 매입 처리를 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또 24년지기 친구에게 차마 직접 해고 통보를 할 수 없어 아내에게 대신 부탁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노동위는 B씨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지노위는 "매장들이 각각 사업자등록이 이뤄져 있고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어 고객이나 영업지역이 중복되지 않았다"며 "야채가게 근로자들이 다른 사업장에 가서 근무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가족(부부)이 운영하는 곳이라 일손이 부족한 경우 자연스럽게 두 사업장 사이에 협조를 했던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B씨 부인이 A씨에게 지시를 한 사실이 있다 해도 이는 배우자를 대신해 지시한 것일 뿐 사용종속적 관계에서 지휘·감독해 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임금을 B씨 부인이 지급했더라도 회계와 통장관리도 모두 각 사업장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4대보험이 B씨 부인 사업장으로 신고되어 있던 점 역시 당사자들 간 편의에 따른 만큼 이를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 사업장은 상시근로자 수 5명 미만에 해당해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A씨 측 신청을 각하했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노무사 사무소 하율의 정민혁 대표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을 회피하는 것을 노동위가 눈감는다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처한 근로자들이 늘어나게 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영/ 곽용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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