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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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사들의 권익 단체인 대한안경사협회와 콘택트렌즈 온라인 플랫폼 업체간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안경업계가 온라인 유통 업체의 콘택트렌즈 픽업 판매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6000억원 규모의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을 둔 치열한 샅바싸움이 이어져 직방, 로톡 등과 유사한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안경사협회 “렌즈 픽업 사업은 불법”…경찰에 줄고발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노원경찰서, 경기 광주경찰서 등 수도권 경찰서 네 곳은 지난 2월 말 콘택트렌즈 플랫폼 업체 렌블링, 피픈컴퍼니, 꽃보라, 옵틱라이프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해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의료기사법) 위반 혐의로 이들 업체를 수사하고 있다. 각 관할 경찰서는 고발인인 안경사협회 측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안경사협회는 5만여명의 안경사 권익을 지키기 위해 1976년 만들어진 단체다.

안경사협회는 온라인 렌즈 업체가 영위하는 픽업 사업이 온라인 렌즈 판매에 해당해 의료기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기사법상 안경 및 콘택트렌즈는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없다. 온라인 렌즈 업체는 소비자들이 홈페이지나 앱에 원하는 렌즈를 주문하고, 제휴 안경원을 선택한 뒤 방문해 렌즈를 수령하는 방식인 픽업 방식으로 이 온라인 불법 판매를 우회하고 있다는 게 협회의 시각이다.

실제 픽업 업체들이 검찰 조사로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수원지검은 지난 2월 A씨에 대해 의료기사법 위반으로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경기 수원시 장안구 L사 사무실에서 의료기사 면허 없이 콘택트렌즈 판매 사이트를 개설해 렌즈를 판매했다. 소비자들이 렌즈 모델과 도수, 수령할 안경점을 선택, 결제하고 받은 렌즈 교환권을 안경점에 제시하고 렌즈를 받아가도록 하는 방법으로 3994만원의 콘택트렌즈를 팔았다.

안경업계도 신구 갈등…“가담 안경원 징계” vs “픽업 불법 아냐”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안경업계 신구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은 4800억~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단기 착용 렌즈를 사용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매년 5% 이상의 성장하는 추세다. 신규 렌즈 업체들은 렌즈를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의료기사법을 두고 과도한 규제라 보고 있다. 정부도 이에 동조해 지난 2023년 규제 혁신 방안에 온라인 렌즈 판매를 허용하는 개선 조치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3월 콘택트렌즈 온라인판매 금지 위헌심판 제청에서 8대 1로 합헌 결정 내려 기존 업계가 승기를 잡았다.

렌즈 픽업 업체들은 픽업 사업이 온라인 판매 사업에 해당하지 않아 불법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2021년부터 픽업 사업을 운영 중인 대형 렌즈 플랫폼 업체인 윙크컴퍼니는 소비자가 단순히 예약할 뿐 안경원과 고객간 계약 체결과 결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결제는 안경원에서 이뤄지고 자신들은 렌즈만 공급할 뿐이라는 것이다. 콘택트렌즈 플랫폼 회사를 표방하는 윙크컴퍼니는 피피비스튜디오스 자회사다. 2011년 설립된 피피비스튜디오스는 이른바 ‘장원영 렌즈’로 유명한 컬러렌즈 브랜드 하파크리스틴을 운영하고 있다.

안경사협회는 픽업 업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협회원인 안경사들을 향한 징계까지 예고한 상태다. 협회는 프랜차이즈 안경원 본사 6곳(1100여곳)과 일선 지역 안경원 900여곳에 내용증명을 보내 온라인 렌즈업체에 가담하면 안경사 면허정지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픽업 서비스는 안경원의 협조 없이 운영되기 어려운 사업 형태다. 윙크컴퍼니도 1600여개의 안경원과 제휴를 맺고 있다. 협회는 불법적인 픽업 사업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해 뿌리뽑겠다는 의도다.

의견 엇갈려…“눈건강 지켜야” vs “싼 가격 공급”

직역 단체와 플랫폼 업체간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 세무 플랫폼 ‘삼쩜삼’, 법률 플랫폼 ‘로톡’ 등이 기존 협회와 갈등을 겪었던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렌즈 업체가 협회에 반격하면서 이 회사들처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일선 안경사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안경사 커뮤니티인 아이옵트 게시판을 보면 협회와 렌즈 픽업 업체를 옹호하는 의견으로 양분돼 있다.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정당한 판매인데 협회가 과도하게 막는다’는 의견과 ‘결국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잠식돼 렌즈 택배 보관함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맞선다. 픽업 서비스로 인해 국민 눈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는 의견과 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쟁점 사안이다. 수사를 맡은 경찰도 난감한 모양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뢰해 자문을 구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한 공정거래 관련 변호사는 “법상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가 안경과 렌즈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국민 건강 증진 때문”이라며 “규제로 인해 비싼 가격을 유지하게 되는 측면도 있어 적절한 선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규제 설계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