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은 “현 상황에서는 대통령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한 각 정당의 합의로 대선 이후 본격 논의를 이어가자”고 9일 밝혔다.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각 정당에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국민투표와 대선을 함께 치르자고 제안한 지 사흘 만에 기존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우 의장은 이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자신의 권한을 벗어나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함으로써 국회를 무시하고 정국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안정적 개헌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각 정당 지도부와의 공감대에 변수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2명을 지명하는 바람에 동시 투표를 논의하기 어렵게 됐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내 친이재명계의 반발 때문에 우 의장이 개헌 카드를 접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는 7일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 일이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며 개헌에 부정적 의사를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 의장의 개헌 제안 철회에 대해 “이 전 대표 뜻에 반하는 의견에 관해서는 당내 논의조차 할 수 없는 일인독재 정당 민주당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한재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