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관세 변덕'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가운데)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규제 개혁과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께 두 장관을 불러 관세 유예를 논의한 뒤 1시간 만에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연합뉴스
< 트럼프의 '관세 변덕'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가운데)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규제 개혁과 관련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께 두 장관을 불러 관세 유예를 논의한 뒤 1시간 만에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세계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유예 기간 중 모든 나라에 10% 기본관세만 물리기로 했다. 다만 미국에 보복관세를 매긴 중국에는 추가 관세율을 104%에서 125%로 높이겠다고 했다. 관세전쟁이 결국 중국 때리기에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중국이 세계 시장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대중 관세율을 125%로 즉각 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에 보복하지 않은 다른 국가에는 90일간 상호관세 적용을 일시 중지하고 이 기간에 10% 관세율을 즉각 적용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상호관세는 당분간 25%에서 10%로 낮아졌다. 상호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나온 유예 조치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후 계속해온 ‘관세 드라이브’를 사실상 처음으로 멈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상호관세를 유예한 이유에 대해 “75개 이상의 국가가 무역장벽과 관세, 환율 조작 등의 주제를 협상하기 위해 미국 대표들에게 연락해 왔다”고 했다. 협상을 위해 상호관세를 유예했다는 것이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협상을 요청한 각 나라와 맞춤형으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 해 유예한 것”이라고 했다. 또 “처음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효한 뒤 주식시장이 폭락한 데 이어 미국 국채 가격까지 급락(국채 금리 급등)하자 지지층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게 관세 유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고 없이 이뤄진 관세 유예로 이날 나스닥지수는 12% 넘게 뛰며 2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우지수와 S&P500지수는 각각 7%, 9% 이상 급등했다. 10일 열린 아시아 증시에서는 닛케이225지수가 8.36%, 대만 자취안지수가 9.25% 올랐고 코스피지수도 6.60% 급등했다. 상하이지수는 미·중 관세전쟁이 격해지면서 상승률이 1%대에 그쳤다. 원·달러 환율은 12원10전 떨어진 1459원90전(오후 3시30분 기준)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