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인수 가능성을 열어놨던 것과 급격히 다른 기조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공식적인 이유는 철강 산업 보호다. 일본 제철이 US 스틸을 인수할 것이 아니라 미국에 공장을 더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과 관세 및 비관세 장벽 협상 과정에 불만을 가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일본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환율 문제, 미국 국채금리 인하를 위한 일본의 역할 등이 협상 대상일 수 있다.

“외국이 사는 것 받아들이기 힘들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한 각료회의에서 “US 스틸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브랜드 중 하나”라며 “우리는 일본을 사랑하지만,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US 스틸 브랜드를 외국이 사는 것을 나는 받아들이기 좀 힘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제철을 향해 “왜 그들은 직접 공장을 지으면 안 되고 US 스틸을 인수해야 하느냐”고 반문한 뒤 “그래서 나는 거래를 거부했으며 이제 그들은 투자자로 돌아왔으며 나는 그것에 대해 기분이 더 낫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 관세 등으로 US 스틸의 미래가 밝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US 스틸은 관세 때문에 매우 잘될 것”이라며 “나는 그들이 왜 거래가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US 스틸은 특별한 회사”라며 “우리는 그것(US 스틸)이 일본이나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12일 철강·알루미늄 제품 25% 관세를 발효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선 이에 따라 미국 철강 회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US 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가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도 경합 주로 떠오른 것은 변수다. 민주당은 8일 내년 하원 의회에서 다수 석 탈환을 목표로 펜실베이니아주를 주요 공략 지역으로 정했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펜실베이니아주의 노동자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 반대로 다시 돌아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본과 협상용 불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당시에도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를 반대했다. 드물게 조 바이든 전 대통령과 공통점을 이룬 부분이었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통화 후 CFIUS에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 문제를 재검토한 뒤 45일 안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린 US 스틸 인수 불허 결정을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US 스틸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와 관련해 이처럼 입장을 번복하는 것은 일본 정부와 관세 및 비관세 장벽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대비 엔화 약세를 대일본 무역적자의 이유로 지목했다. 이 때문에 일본 제철의 US 스틸 인수가 성사되려면 일본 정부가 외환 정책을 포함해 미국 수출 확대를 위한 협상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방법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 발작 사태에 일본 정부가 연관돼 있다는 가능성 제기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을 수 있다. 일본은 지난해 말 기준 미국 국채 보유국 1위로 1조 598억달러어치를 갖고 있다. 2위 보유국인 중국(7590억 달러)과 규모 면에서 격차가 크다.

특히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과 일본 국채를 내다 팔면서 일본 정부도 시장 불안에 대응해야 할 니즈가 생겼다. 실제 일본 재무성은 2022년에도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미국 국채를 매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