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어떻게 살면 좋을지 물어볼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릴 때, 어른이 싸우는걸 본적이 있다. 길에서. 신기했다. 싸움은 어린아이나 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른은 모두 현자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제는 어른이 되었지만, 현자인 어른을 보기란 참 어렵다. 필자 포함. 학문적으로든 인격적으로든 존경할만한 어른이 있는가? 그럴 때 그런 이가 그리워질 때 보면 좋은 책을 소개한다. 별것 아닌 그저 지나가는 책 정도로 생각하고 접근했는데, 그 깊이와 해악적 통찰에 놀란 책이다.
신대륙에서 포로들은 어떤 일을 당해도 항복하지 않는다. 붙잡혀 있는 그 두서너 달 동안 사뭇 유쾌한 모습으로 지낸다. 어느 포로가 지은 노래, 자기 살로 저녁식사를 하라는 것이다. 예전에 우리가 너희의 아버지와 조상들을 잡아먹었으니 용기를 내보라! 너희 조상들의 팔다리가 아직도 내살속에 있으니 맛을 잘 보라, 그러면 너희는 자기 살의 맛을 느낄 수 있으리라! 마지막 숨이 넘어갈 때까지 말이나 태도로 상대에게 맞서 싸우기를 멈추지 않는다. 또한 상대는 산을 넘어 공격해와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승리자가 얻는 것은 명예뿐이고, 용기와 용맹에서 앞선다는 우월감뿐이다. 승리자는 그 외에 패자의 재산 등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멋지다... 영혼을 굴복시켜 적으로 하여금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게 하는 것만이 참된 승리다.
제3권 6장, 마차들에 대하여
높은 지위는 결코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랫사람을 위해 만든 것이다. 의사가 있는 것은 환자를 위해서지 그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모든 관직은 기술과 마찬가지로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이 바로 자기 바깥에 위치해야 한다. 어떤 기술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제2권 19장, 신앙의 자유에 대하여
우리의 왕들께서는 자신이 원하던 바를 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을 원했던 일인 척 보이려 하셨던 것이다.
제3권 11장, 절름발이에 대하여
이야기는 이 사람 저 사람 입을 거치며 내용이 부풀려지고 표현이 강화되며, 나중에는 가장 멀리 떨어진 이가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 이보다 더 잘 알게 되고, 맨 마지막에 들은 자가 맨 처음 들은 자보다 더 확신을 갖는 것이다. 절름발이와 자보지 않은 자는 비너스의 감미로운 맛을 온전히 알지 못한다.
지은이 몽테뉴는 좁은 장소에 묶여 작디작은 근심에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고 한다. 자기 안에 틀어박혀 자기만족에 취해 살기보다, 세상의 손짓에 마음을 열고 타자와의 만남을 즐기라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어디 사람이냐는 질문의 받고 ‘아테네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고 ‘세계인’이라고 대답했다. 무엇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나는 열 살에 박사인 체하는 인간이기보다는 예순 살이라도 학생 같은 태도를 간직하는 인간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