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유출 의혹 관계도. / 경찰청 제공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유출 의혹 관계도. / 경찰청 제공
사교육 관련 시민단체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23번 문항 유출 의혹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소송전에 돌입한다. ‘사교육 카르텔’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경찰이 유출 의혹 관련해 ‘우연의 일치’로 결론 내린 것에 대해 “벼락 맞을 확률로 말도 안된다”라는 평가를 내놓으면서 시민단체들이 반발한 것이다.

민심 사교육 카르텔 척결 특별조사 시민위원회(반민특위)는 18일 대형 입시업체 메가스터디와 소속 강사,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3학년도 수능 영어 시험 응시생 44만4800여명 1명당 2000만원씩 총 8조9000억원의 손해배상액을 민간과 정부기관에 각각 청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총 손해배상 청구 규모는 18조원에 육박한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반민특위는 지난해 3월 한국대학교수협의회 등 시민단체 100여곳과 함께 수능 유출 의혹과 관련해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추진했으나 감사원 감사, 경찰 수사 등을 지켜 본 뒤 입장을 다시 내겠다고 한발짝 물러섰었다. 현재 소송참여단 약 300명이 모인 상태다. 소송 시점도 특정됐다. 2023학년도 수능을 친 학생들이 대학 방학을 맞는 6월 말로 계획됐다.

양정호 반민특위 상임위원장(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은 “우연하게 수능 문제가 동일하게 쓰였다는 건 벼락 맞을 확률에 가까워 상식적으로 생각하기 어렵다”며 “경찰이 노력했겠지만 세부적으로 파악하긴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혹은 메가스터디 스타 강사 조모씨가 만든 사설 모의고사 교재에 나온 지문이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에 그대로 출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2022년 11월 17일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제는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Too Much Information’(TMI) 에서 발췌한 지문을 읽고 주제를 찾는 3점짜리 문항이었다.

경찰은 논란이 됐던 ‘수능 영어 23번 문항 유출’ 의혹에 대해 특별한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하고 종결했다. 계좌와 통신 내역을 분석하고 압수수색을 했으나 대상자 간 유착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수능 영어 23번을 출제한 국립대학 교수는 과거 EBS 수능특강 교재 감수에 참여했을 때 봤던 지문인 ‘TMI’를 수능 지문으로 활용했다. 이 교수가 감수한 EBS 교재에 TMI 지문을 쓴 교사는 2022년 1월 TMI 원서를 내려받아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메가스터디 소속 강사에게 문항을 만들어준 교사는 2021년 7월쯤 TMI 원서를 다운 받아 보관하다 2022년 5월쯤 모의고사용 문항으로 만들어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둘간의 시차가 발생하고 있고 연계성을 찾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반민특위는 TMI가 당시 유명한 서적이 아니었을뿐더러 마지막 문장을 제외하고 동일한 지문이 연계 없이 쓰일 수 있었겠냐는 입장이다. 양 상임위원장은 “캐스 선스타인 교수가 ‘넛지’로 유명하긴 하지만 TMI는 당시 국내에 들어와 있지도 않던 책”이라며 “법학 관련 도서인 이 책을 원서로 동일하게 봤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류병화 / 이미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