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모호한 지시, 쓸데없는 회의…조직을 망치는 50가지 패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조용한 사직이란 회사를 정말로 그만두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업무만 하겠다는 직장생활 태도를 의미한다.

책임과 스트레스가 큰 관리자 직책을 거부하거나 승진을 꺼리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에서도 요즘 젊은 세대 직장인의 직업관을 엿볼 수 있다. 노사의 역학관계가 변하고,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너무 다른 세대가 한 조직 내에서 일하다 보니 여러 예기치 않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인적관리(HR)가 경영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3월 말 일본에서 출간돼 인기를 얻고 있는 <사람을 망치는 매니지먼트(人が壊れるマネジメント)>는 경영에서 ‘무조건 이것만 피하면 된다’고 알려주는 일종의 ‘치트키’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알아야 할 50가지 안티패턴’이란 부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잘못된 경영 방식을 정리해 소개한다. 프로젝트매니저(PM) 24년 경력으로 무려 500건 넘는 프로젝트를 경험한 저자 하시모토 마사요시는 여러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을 망치는 경영’의 원인을 체계화하고, 그것을 피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지시가 모호해서 망가진다’ ‘아웃풋이 방치돼 망가진다’ ‘비현실적인 마감일 설정으로 망가진다’ ‘목표의 불확실성으로 망가진다’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망가진다’ ‘원격근무의 고독감으로 망가진다’ ‘쓸데없는 회의로 망가진다’ ‘사내 정치로 망가진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망가진다’ 등 책에는 조직을 망치고 사람을 망가뜨리는 치명적인 50가지 안티패턴이 흥미진진한 사례와 함께 펼쳐진다.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란 상급자가 하급자의 업무를 세세하게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스타일을 의미한다. 상사가 부하 직원 업무의 진척 상황이나 진행 방법을 계속 확인하거나 어떻게 일을 진행할지,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까지 세세하게 지시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책은 마이크로 매니지먼트야말로 조직을 망치고 사람을 망가뜨리는 가장 대표적인 안티패턴이라고 소개한다. 실제로 젊은 세대 직장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경영 스타일이 마이크로 매니지먼트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구성원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자랄 수 없고, 동기를 상실해 잦은 이직의 원인이 된다. 또한 정신적 부담을 유발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모호한 지시, 쓸데없는 회의…조직을 망치는 50가지 패턴
책은 재택근무 역시 조직을 망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연스럽게 조직에 확산한 재택근무는 여러 장점을 지니지만 근로 윤리가 훈련되지 않은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부류의 사람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성원 사이에 피드백이 감소하고, 정보 공유가 불균형하고, 서로 간에 불신이 커지는 문제 역시 발생할 수 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모호한 지시, 쓸데없는 회의…조직을 망치는 50가지 패턴
저자는 재택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이더라도 반드시 주 1회 정기적인 대면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가능하면 비디오를 켜도록 해 비언어적인 표정과 반응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밖에도 책에는 경영자라면 반드시 읽고 주의해야 할 50가지 위험 신호가 일목요연하게 소개된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