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약을 쓴 종이를 찢고 있다.  /자료=국민의힘 유튜브 갈무리
양향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약을 쓴 종이를 찢고 있다. /자료=국민의힘 유튜브 갈무리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경선에 나선 김문수 후보(전 고용노동부 장관)가 '기본소득' 정책에 대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는 것보다 나쁜 것"이라며 "(기본소득을 준다면) 받지 않고, 안 받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19일 서울 강서구 ASSA아트홀에서 연 1차 경선 A조 토론회에서 '나라 곳간 거덜 낼 정책'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함께 토론에 나선 안철수 후보(국민의힘 의원)는 "어려운 분에게 더 드리는 게 사회 정의"라고 했고, 양향자 후보(전 국회의원)와 유정복 후보(인천시장)는 각각 "포퓰리즘", "권력의 사유화"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安 "AI 모르시죠?" 공격하자 金 "안철수 같은 전문가 모시겠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가하고 있는 8명의 후보 중 절반인 4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민생과 외교안보, 청년 미래 등이 주제였다.

안 후보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전문성을 내세우면서 경쟁 상대로 꼽히는 김 후보에게 질문 공세를 폈다. "AI 투자 공약을 내세웠는데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라는 안 후보 질문에 김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모셔 집중적인 투자를 뒷받침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지도자가 전문가일 필요는 없겠지만 기본적인 철학과 발전 방향은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I 잘 모르시죠?"라며 "챗 GPT라도 써봤느냐"고 묻기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왼쪽)가 19일 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와 토론하고 있다.  /자료=국민의힘 유튜브 갈무리
안철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왼쪽)가 19일 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와 토론하고 있다. /자료=국민의힘 유튜브 갈무리
김 후보는 챗GPT와 퍼플렉시티 등을 써봤다고 언급하면서 "AI 기본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안 후보님 같은 분을 위원장으로 모셔서 하겠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김 후보가 탄핵 반대파(반탄파)라는 점도 공격했다. 안 후보는 "비상계엄으로 대통령이 파면됐는데 반성과 사과가 없다"며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필패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이에 대해 "계엄을 옹호하고 찬성해본적이 없다"면서도 "계엄 선포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맞섰다.

양향자 "이재명 공약은 빈 깡통"

토론에 나선 후보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일자리 문제에 집중했다. 김 후보는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며 "책임은 기성세대에 있다"고 반성했다. 그는 "삼성을 빼고는 청년을 위한 공개채용 제도가 없다"며 "기업이 공채를 도입하면 법인세를 감면하고, 정부의 ESG 평가에서 우대해주는 등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무 출신의 양 후보는 "외교·안보에는 반도체가 유일한 무기"라며 "기업가치가 100조원이 넘는 기업 20개 이상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 대해선 "첨단 산업에 약한 정당"이라며 "반도체 산업 세액공제도 반대했다"고 직격했다.

챗GPT 무료제공 등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 나열된 종이를 가져온 양 후보는 "이재명 전 대표의 AI 공약은 빈 깡통"이라며 "찢어버리는 게 맞다"고 말한 뒤 종이를 실제로 찢어버리기도 했다. 이 퍼포먼스에 대해 김 후보도 "거짓말은 찢어버리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며 호응했다.

유 후보는 현역 인천시장으로서 정책 성공사례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하루 1000원, 월 3만원이면 거주할 수 있는 신혼부부 1000원 주택으로 청년들이 희망을 갖게 됐다"며 "인천의 출생아 증가율이 11.2% 늘어나는 성과를 냈다"고 했다.
'이재명 공약' 찢은 양향자…안철수, 김문수에 "AI 모르시죠?"

◆金·安·劉 ENTJ, 梁은 'F'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미국과의 협상이 중요해진 가운데, 후보들은 자신이 트럼프와의 협상에 나설 적임자라는 점도 강조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MBA 코스인 와튼스쿨을 졸업한 안 후보는 "미국은 한국보다 학맥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아들 딸까지 다 와튼스쿨 출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선에 당선된 후 곧바로 미국으로 달려가 트럼프와 협상을 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도 트럼프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대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우리 정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며 "트럼프 주변의 핵심 인사들과 많은 신뢰 관계가 형성돼있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도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다녀왔다"며 "올해 인천상륙작전 75주년 기념식 초청장도 보냈다"고 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후보자들의 MBTI도 공개했다. 김 후보와 안 후보, 유 후보는 모두 ENTJ가 나왔다. '대담한 통솔자'로 평가되는 유형이다. 양 후보는 ENFJ(정의로운 해결사)로 나왔다.

강진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