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 정치 안한다..정부가 궂은 일 도맡을 것"[한경 인터뷰]
“기업이 가진 걸 빼앗아 가는 건 ‘국가 주도 성장’이 아니라 전체주의죠. 기업 대신 궂은 일을 도맡는 경제 사령탑이 되겠습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한 한동훈 후보(사진·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제 전쟁에 대비한 ‘워 룸’(war room)을 만들어 통상 위기 등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가 외적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고, 민간 규제는 풀어 기업이 경영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또 “근로 소득세 감면 등을 통해 중산층 비중을 70%까지 늘리겠다”며 “계엄 이후 양극단으로 찢어진 사회 통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의 '검사 정치 시즌2' 우려에 대해서는 "상명하복, 줄세우기 같은 검사 문화와는 정반대로 정치해 왔다"며 "앞으로도 공공선을 기준으로, 좋은 나라 만드는 정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한 후보와의 일문 일답.

▶‘성장하는 중산층’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는데.
“중산층을 전면에 내세웠던 보수 정당이 없었다. 보수는 성장, 진보는 복지에만 치중하다 보니 중산층은 소외돼 있었다. 일본은 선진국이지만, 그 국민이 행복한가. 국민이 행복하려면 서민을 중산층으로 편입시켜야 한다. 근로소득세 완화를 공약으로 건 것도 중산층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려는 취지다.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중산층이 늘어나면 양극화돼있는 정치적 스펙트럼도 바뀔 것이다.”

▶인공지능(AI)에 2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산업혁명으로 인간이 ‘체력’ 문제를 극복했다면, AI 혁명은 ‘지력’의 한계를 극복할 계기다. 산업혁명은 100년여에 걸쳐 진행됐지만, AI 혁명은 3~5년내에 결정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챗GPT가 나온 것도 불과 몇년 안되지 않았나. 게국가 주도로 인재 육성과 연구개발(R&D) 등 집중 투자해야 한다.”
한동훈 "검사 정치 안한다..정부가 궂은 일 도맡을 것"[한경 인터뷰]
▶이재명 후보도 ‘국가 주도 성장’을 말하지 않나.
“이 후보의 구상 중 상당 부분은 기업이 가진 것을 빼앗아 나눠 주자는 식이다. 과거엔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을 활용하자는 주장도 하지 않았나. 그건 국가 주도 성장이 아니라 전체주의다. 정부가 기업을 통제하고 명령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 시대에 자유 무역 의미가 퇴색하면서 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기업이 하기 어려운 ‘더티 워크’(더러운 일)를 정부가 대신 도맡아야 한다. 왜 트럼프와의 관세 협상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하나.”

▶경제 나토(NATO)도 그런 구상의 연장선인가.
“한미 동맹은 매우 중요하지만, 트럼프는 ‘비즈니스 맨’이다. 미국에 대한 전략적 레버리지를 갖는 차원에서 일본, 대만, 호주 등 우방국가와 일종의 ‘경제 블록’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야 부당한 경제적 행위가 있을 때 대응할 힘이 생긴다.”

▶미국은 가상 자산도 전략자산화하고 있는데.
“미국과 우리 나라가 완전히 같은 전략을 쓸 수는 없지만 참고해야 한다. 달러 패권이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고, 미국도 그걸 안다. 그래서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암호화폐등을 이용하는 '세컨 플랜'(두번째 계획)을 세우는 것 같다.

'코인은 사기'라는 과거 유시민씨 같은 방식으로는 이 세계의 질서를 이해할 수 없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가상자산 현물 ETF 등도 당연히 허용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독보적인 '디지털 리터러시'를 강점으로 활용해야 한다. 청년층의 자산 증식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정책이다.”

▶청년이 주택 구매시 LTV(담보인정비율)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청년과 기성 세대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청년이 초창기에 집을 구할 때는 어느 정도의 혜택을 주는 게 맞다고 본다. 또 LTV라는 말 자체가 얼마나 규제적인가. 감당할 소득이 되는데도 대출을 막는 것은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최근 정년연장도 화두인데, 청년과 중장년층의 시각이 엇갈린다.
"100세 시대에 정년 연장이 화두가 되는 건 당연하다. 다만 연공급제를 전제로 하는 '정년 연장'은 조심해야 한다고 본다. 연공서열을 기준으로 하는 급여 체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법정 연령만 높인다면 노조가 있는 곳에만 좋은 일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 광주 현대기아차에서 정년을 맞은 근로자와 새로 계약을 맺을 때 급여를 초봉으로 한적이 있었는데, 예상 보다 호응이 컸다. 임금을 무조건 그대로 보장하기 보다는, 여러 형태로 '계속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복잡한 문제지만 정치권이 회피해서는 안 된다."

▶지역 격차 해소를 위한 복안은.
“5대 메가폴리스를 구축해 서울과 경쟁하는 도시들로 키울 것이다. 미국만 봐도 여러 산업 도시가 있지, 모두 뉴욕에만 몰리진 않는다. 중앙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서 지역별로 큰 산업테마를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미 전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데이터 세이프티 존(안전 구역)’을 만들고 해당 지역에는 개인정보 활용 규제를 풀어 준다.

그러면 관련 산업을 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이 그 지역으로 몰리기 마련이다. 어느 도시는 전기료를, 어느 도시는 환경 규제를 원포인트로 풀어줄 수도 있다. 그러면 해당 규제 완화를 선호하는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되고, 자연스럽게 지방도 발전할 수 있다. 결국 지역별 핀셋 규제 완화가 키(열쇠)가 될 것이다.”

▶검사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윤석열 시즌2’를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제가 검사적 리더였다면 두 번씩이나 당에서 좇겨났겠나. 과거 정치인의 직업을 계속 이야기하는 건 공격의 도구일 뿐이다. 저는 정치한 시간을 짧았지만 누구 보다 진하게 정치를 했다. 직업이 아닌 걸은 길로 평가해 달라. 검사적 리더십은 통상 상명하복, 줄세우기 문화를 말하는데 나는 오히려 반대 아니었나. 대통령에게 가장 앞장서 바른 말을 했고, 총선 공천 때도 내 사람을 심지 않았다. 앞으로도 공공선을 기준으로 정치하지, 검사 정치하지 않을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 토론에서 나온 외모 공격 발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은 보수에게 품격을 기대할텐데, 정치를 오래 했다고 품격이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 다른 정치를 보여주겠다.”
한동훈 "검사 정치 안한다..정부가 궂은 일 도맡을 것"[한경 인터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주장은 어떻게 보나.
”상식적인 분이다. '부전승'으로 올라가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참 경선이 진행 중인데 이후 단일화를 미리 언급하는 건 국민들의 마음을 흐트러뜨리고, 경선을 희화화는 일이기도 하다.”

▶보수가 한동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계엄으로 인한 선거다. 계엄을 옹호하지 않았다고 국민 앞에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그런 후보가 지금 저 외에 없지 않나. 지지 않으려면,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이유와 명분을 가진 사람이 나가야 한다.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

▶‘한동훈의 대한민국’은.
“중산층이 성장하는, 그리고 각각의 시민들이 ‘아주 보통의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나라.”

글=정소람/양현주/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강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