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21일 포스코그룹과 철강뿐 아니라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손잡은 건 오랜 기간 공들인 ‘전기차 밸류체인’을 완성하기 위한 밑그림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를 직접 대량 생산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지만, 배터리 연구개발(R&D) 등에 목돈을 쏟아부으며 관련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차그룹의 2030년 전기차 판매목표는 326만 대. 전체 판매목표(974만 대)의 33.5%다. 신차 세 대 중 한 대는 전기차가 될 것이란 얘기다.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이 되려면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 밸류체인을 완벽하게 꿰뚫어야 한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판단이다. 그래야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배터리 셀 업체와의 가격 협상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장악’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미 작년부터 배터리 원자재 확보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미국 솔리드파워(2018년), SES, 팩토리얼(2021년) 등 배터리 개발 업체에 투자하는 걸 넘어 작년부터는 중국 성신리튬, 간펑리튬 등에서 수산화리튬 등 원자재를 직접 공급받는 시스템으로 바꿨다. 작년 6월엔 세계 2위 리튬 생산 업체인 칠레 SQM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렇게 확보한 원자재를 배터리 생산 업체에 제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고, 테스트 생산용으로도 쓰고 있다.

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장기적으론 자체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한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 주도권을 쥐는 업체가 전기차 대중화 시대의 승자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첫 시험무대는 인도네시아다. 현대차그룹이 직접 투자한 첫 배터리셀 공장(HLI그린파워)이 둥지를 튼 나라다. 작년 7월 준공했다. 이 덕분에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등 원자재부터 배터리셀, 전기차(코나 일렉트릭)에 이르는 일관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국내에선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경기 의왕연구소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세우고 전고체 배터리 양상을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안성에도 배터리 연구소를 짓고 있다.

신정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