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한 명이지만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수백, 수천명입니다. 대통령 후보 곁을 밀착 보좌하고 유권자 표심 공략 전략을 짜는 참모부터 각 분야 정책을 발굴해 공약으로 가다듬는 전문가까지,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은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를 돕는 인사들을 소개하는 온라인 시리즈 기사를 연재합니다.
'직언하는 레드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재명의 사람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이재명 전 대표의 첫 비서실장을 지낸 측근 인사다. 2024년 1월 이 전 대표 ‘부산 피습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다.

천 의원은 21·22대 재선 의원을 지냈고, 이 전 대표 2기 체제에서는 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천 의원을 비서실장에 이어 핵심 당직인 전략기획위원장에 곧바로 기용한 건 그에 대한 탄탄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둘 사이는 단순한 정치적 협력 관계를 넘어선다는 평가가 많다. 위기와 신뢰, 실무와 전략이 교차하는 동반자적 관계로 보는 게 맞다는 분석이다.

천 의원은 지금이야 자타공인 친명계(친이재명계) 인사지만, 국회 입성 초기만 해도 박원순계로 분류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출신이다. 천 의원이 친명계로 인정받은 결정적 계기는 지난 21대 대선 때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기획하면서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매타버스를 통해 전국을 순회하면서 민심을 청취했다. 이 때 동선을 짜고 주제를 잡는 역할을 천 의원(매타버스추진단장)이 도맡았다.

대선 패배 이후 이 전 대표는 석달 만에 국회로 돌아와 당권을 거머쥐었다. 2022년 8월 당대표가 되자 이 전 대표가 천 의원에게 비서실장을 맡아달라고 직접 전화했다. 힘든 자리라는 점이 예상되는 만큼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었다. 실제로 천 의원은 박 전 시장의 비서실에서 실무를 총괄하며 위기 대응에 능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2024년 4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영수회담 때 천준호 당시 비서실장(왼쪽 두 번째)가 앉아서 이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4년 4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영수회담 때 천준호 당시 비서실장(왼쪽 두 번째)가 앉아서 이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천 의원은 “검찰의 타깃이 돼 있는 이 전 대표 비서실장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저를 말렸다”며 “걱정된다, 너에게 무슨 일 생기는 것 아니냐, 그런 우려를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별다른 인연도 없는 사이였지만 이 전 대표가 검찰 타깃이 됐다고 해서 제가 모른 척한다면 누가 앞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하려고 하겠냐”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 전 대표와 함께 민주주의와 민생 그리고 당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수용했다”고 털어놨다.

이 전 대표가 당대표로 취임한 직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했다. 당은 위기관리 체제로 돌입했다. 천 의원은 수사 대응 메시지, 당내 회의 조율, 언론 브리핑 관리 등 전방위적으로 대표를 보좌하며 정치적 방패막이 역할을 자임했다. 특히 2023년 초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당시, 천 의원은 의원 개개인을 설득하며 ‘단결된 대응’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1월2일은 이 전 대표가 생명의 위협을 받던 날이었다. 이 전 대표가 부산에서 흉기로 습격 당했을 때 헬기를 타고 서울로 함께 이동한 인물이 천 의원이었다. 그때부터 이 전 대표와 천 의원 간에는 동지 의식이 두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준비를 위한 3차 실무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준비를 위한 3차 실무회동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2년 간 비서실장으로 그림자 보좌를 한 천 의원은 이 전 대표 당대표 2기에 전략기획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전략기획위원장은 핵심 당직이다. 민주당의 집권 전략 및 노선을 수립하고 당무를 기획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천 의원을 그만큼 신뢰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인사였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추진한 중도 보수로의 우클릭 전략적 토대를 마련했다. 당 지도부의 신뢰 속에 천 의원은 보수와 진보 정책을 넘나드는 정책적 유연성으로 중도층을 공략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국면에서 당의 전략을 짜는 역할은 고난도 정무적 판단을 요구했다. 집권 욕심에 눈이 멀어 대통령을 탄핵시켰다는 프레임에 빠지지 않기 위해 실제 위헌 사항을 꼼꼼히 점검하고, 국민 여론을 살펴가며 움직여야하기 때문이다. 결국 두 차례 시도 끝에 탄핵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2025년 4월4일 헌법재판소는 8대0 전원일치로 윤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천 의원은 시민사회운동에서 시작해 국회의원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한국청년연합(KYC) 사무처장과 공동대표를 지내며 청년 유권자 운동과 ‘아이 키우는 아버지학교’ 등 시민운동을 펼쳤다. 국회 입성 후에는 활발한 의정 활동을 통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천 의원은 1993년 경희대 총학생회장 시절 1000원이었던 학교 앞 식당 밥값이 1500원으로 오르자 학생 1500여명의 의견을 모아 상인회와의 협상에 나섰고 결국 1200원으로 낮췄다. 이 경험은 천 의원의 첫 정치적 자산이 됐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 의원의 인생 법안은 불법사채근절 대부업법이다. 불법사채 근절 정책개선을 주도하고, 법개정 이후 후속조치까지 수행했다. 이 법은 2024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불법사채 근절을 위한 것으로, 대부업 등록 자금요건 강화, 반사회적 불법계약 무효화 등과 함께 법정 최고형 상향을 골자로 한다. 법정형이 벌금형의 경우 종전에 비해 10배까지 강화돼 최대 5억원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된다. 징역형은 법정 최고형이 10년으로 2배 강화된다. 불법사채 범죄의 예방과 처벌을 위해 형벌 기준을 대폭 높인 것이다.

이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천 의원은 3회 이상 연속토론회 개최를 통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법안 발의 및 심사과정에서 정부여당과의 정책조율로 통과를 주도했다. 법안 통과로 그치지 않고 후속과제 발굴 및 조치를 위해 계속해서 의정활동을 매진하고 있다.

21대 국회 당시 ‘1호’로 냈던 ‘경비노동자 보호법(공동주택관리법 일부 개정안)’도 그가 추진했던 주요 법안이다. 경비노동자가 경비 외 다른 업무도 할 수 있도록 기존의 업무 범위를 현실화하고, 경비노동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폭언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유발 행위로부터 경비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안이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1971년 서울 △경희대 사학과 △경희대 총학생회장 △서울시장 비서실장·정무보좌관(박원순 시정) △21·22대 국회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당 전략기획위원장 △19대 대선 이재명 후보 비서실 부실장

최형창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