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경제금융 관료 수백 명이 이번주 미국 워싱턴DC에 속속 모이고 있다. 23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차회의도 21일(현지시간) 개막해 오는 26일까지 열린다. 일종의 ‘글로벌 경제금융 주간’이다.

◇ “국익 지켜라” 외교력 집중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IMF 본부에서 연설했다.  EPA연합뉴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IMF 본부에서 연설했다. EPA연합뉴스
워싱턴 내 호텔들은 각국 정부 및 민간 사절단으로 북적이고 있다. 매해 4월과 10월 고정적으로 진행되는 행사지만 올해 워싱턴의 분위기는 종전에 볼 수 없었던 긴장감이 뚜렷하다. 화두는 ‘도널드 트럼프 관세’다. 글로벌 무역시스템뿐만 아니라 각국 재정 및 통화정책까지 모두 연결돼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이번주 트럼프 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는 만큼 전 세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차회의의 모든 미팅과 기자회견의 핵심 주제는 모두 동일하다. 관세와 미국발 글로벌 신(新)질서 구축이다. 조시 립스키 애틀랜틱카운슬 지오이코노믹스센터 선임이사는 이번 연차회의가 “최근 역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중요한 회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전망했다. 스위스 취리히의 J사프라 사라신은행 소속 카르텐 유니우스는 “워싱턴으로 향하는 모든 이들은 현 세계 질서가 살아남을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 경제관료들은 국익을 지키기 위해 누구와 무엇을 논의해야 할지를 두고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정책을 내세워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무엇을 내주면 만족할지에 대해 작은 정보라도 파악하려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중에서도 관세 협상의 핵심 키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일거수 일투족이 최대 관심사다.

한국과 미국의 첫 관세 협상도 주목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베선트 장관 및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24일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9시)에 2+2 형태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일본도 이번주 2차 협상이 예정돼 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이 24일 베선트 장관과 만난다. 지난 16일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이 참석한 미·일 첫 협상 자리엔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등판했다. 이번주 우리나라와의 협상장에 나타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간의 대미 외교전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주 주요 산업 부문별 협회장들과 함께 워싱턴을 찾아 트럼프 관세 대응책을 모색했다.

◇ 국제기구 위상 변화도 주목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상징하는 세계은행과 IMF의 위상 변화도 주목된다. 최대 출자자였던 미국이 발을 빼려고 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후 두 기관 이사회 자리에 미국 대표를 지명하지 않았다. 적극적 투표권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일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지지자는 국제기구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탈퇴는 아니더라도 다양성이나 기후변화 의제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면서 지원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제기구의 직간접적 자금 지원이나 대출 등에 힘입어 국가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아프리카·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는 중요한 문제다.

미국이 미국 국적자를 총재로 임명하는 관행이 있는 세계은행 총재 교체 여부도 관심이 쏠린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