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2025 상하이모터쇼’가 23일 중국 상하이 국가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비야디(BYD) 전시장에 관람객이 북적인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① ‘2025 상하이모터쇼’가 23일 중국 상하이 국가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비야디(BYD) 전시장에 관람객이 북적인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중국 문화와 기술로 중국 차를 만들고 세계를 사로잡고 있습니다.”(왕조망 BYD 영업사업부 사장)

23일 중국 상하이 국가전시컨벤션센터(NECC). 코엑스 10배 규모 전시장에서 열린 ‘2025 상하이모터쇼’는 중국 전기차들의 잔치나 다름없었다. 이번 모터쇼에선 100여 종의 신차가 공개됐는데 이 중 60%가량이 중국 차였다. BYD는 한꺼번에 신차 7종을 내놨다. 미국 테슬라는 행사에 불참했고 BMW, 아우디, 벤츠 등 독일 자동차업체 부스도 작년보다 쪼그라들었다. 미국의 첨단 기술 제재와 관세 압박에도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보란 듯 ‘자동차 굴기’에 성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차 60%가 중국 차

② MG의 사이버스터
② MG의 사이버스터
현장에서 만난 아우디 임원은 “중국 차의 공격적인 신차 개발과 디자인 혁신이 매우 흥미롭다”고 치켜세웠다. 전시장 1층 BYD 부스에선 왕조망 사장이 신차 다이너스티D와 오션S 시리즈를 공개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탄성이 나왔다. 오전 11시10분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BYD의 부스 입장은 몰려드는 인파로 20분이나 늦게 시작됐을 정도다. 인근에 부스를 차린 일본 닛산의 임직원들도 BYD 부스를 기웃거렸다. 닛산 관계자는 “새로 공개된 충전 시스템과 신차 외형 및 의미를 분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BYD는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의식한 듯 신차 콘셉트를 ‘애국심’으로 잡았다. 전시된 신차 뒤 전광판에는 중국의 대표 비디오 게임 ‘검은 신화: 오공’에서 착안한 BYD 광고가 지나갔다. 중국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린 BYD가 ‘중국 색채’를 강조하고 나선 건 첨단 기술 제재와 관세율 인상으로 연일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화웨이 “15분에 트럭 90% 충전”

③ 샤오미의 SU7
③ 샤오미의 SU7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업계 최초로 액체 냉각형 초고속 충전 솔루션을 출시하며 전기차 충전시장에 진출했다. 화웨이에 따르면 이번에 출시한 충전 시스템은 최대 출력이 1.5㎿에 달하며 분당 20㎾h를 충전할 수 있다. 대형 트럭도 15분이면 90%까지 충전이 가능해 기존 고속 충전기 대비 효율이 네 배 향상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자동차의 외연 확장도 주목받았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스마트모빌리티 개념이 한층 강조됐다. 대표적인 업체가 샤오미다. 이날 전기차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국제모터쇼에 데뷔한 샤오미는 지난달 새롭게 출시한 고성능 전기차 SU7 울트라와 함께 스마트폰, 가전제품, 태블릿PC 등을 전시했다. 전기차 내장 디스플레이에 운전자의 스마트폰이 형태 그대로 구현되는 세계 최초 자체 기술을 강조했다. 퇴근길 운전 중에 미리 집 내부 온도를 설정하고, 좋아하는 음악과 조명을 틀어놓고, 저녁에 시청할 영화를 예약하는 식이다. 샤오미 마케팅 담당자는 “샤오미 세계관 안에선 전기차가 운전자의 움직이는 삶”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정부, 시장 3박자

전문가들은 중국 차의 질주엔 중국 정부의 ‘뚝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중국 정부는 내연기관차 시대에 빼앗긴 주도권을 전기차 시대엔 되찾기 위해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웠다. 2010년 신에너지 차를 신흥 산업으로 선정하고 각종 정책 지원에 나섰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CSIS)와 중국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전기차 육성에 나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원 규모는 2761억달러(약 37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기업도 연구개발(R&D) 투자를 매년 늘려 자동차업체의 기술 역량을 단숨에 향상시켰다. 여기에 14억 명의 인구가 버티는 내수시장도 강점이다.

중국차의 질주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세계 80개국에 등록된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포함)는 1763만 대가량이다. 이 중 판매량 1위에 오른 BYD(413만7000대)를 비롯해 중국 차의 시장점유율이 46.8%에 달했다. 세계 전기차 두 대 중 한 대는 중국산인 것이다.

상하이=김은정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