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헌법재판관 임명 거론
"韓, 할 일과 안 할 일 구별해야"
발언에 국힘 의원들 고성 항의
대선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24일 국회를 찾아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연설 시작부터 고성을 지르며 한 권한대행을 공격했다. 민주당 출신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시정연설 직후 한 권한대행을 향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길 바란다”고 비판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단체로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앞에서 네 번째)가 24일 우원식 국회의장의 발언 도중 항의하고 있다. 우 의장은 이날 연설을 마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라”고 말했다. 김범준 기자
한 권한대행은 이날 시정연설을 통해 “이번 추경안이 국민께 든든한 힘이 되어드리고 우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에 소중한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출한 안을 조속히 심의·의결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시정연설은 1979년 11월 최규하 전 대통령이 권한대행으로 한 이후 46년 만이다.
한 권한대행은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언급하며 “그 극복 과정에는 정부와 국회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했던 진정성 있는 노력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서로 신뢰하며 협력할 때 우리 앞에 놓인 난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지난 21일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해·재난 대응에 약 3조2000억원, 통상 및 인공지능(AI) 지원에 약 4조4000억원, 민생안정 분야에 약 4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날 시정연설이 시작되자 민주당 등 소속 의원들은 큰소리로 한 권한대행을 비판했다. 시정연설이 시작된 이후 민주당 의원 3분의 1가량이 항의의 표시로 본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 다만 시정연설 중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침묵을 지켰다.
한 대행의 시정연설 종료 직후엔 우 의장이 “국회의장으로서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한 권한대행을 비판했다. 우 의장은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이미 확인됐듯이 대통령과 권한대행의 권한이 동일하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발상”이라며 “대정부 질문 국회 출석 답변과 상설특검 추천 의뢰 등 해야 할 일과 헌법재판관 지명 등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구별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자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의장석 앞까지 걸어 나와 우 의장에게 항의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시정연설 전후로 한 권한대행에 대한 공세를 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은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은 대선 출마 망상을 버리고 국민 앞에 불출마 선언을 하길 바란다”며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게 55년간 공직에 봉사한 명예를 지키는 일이니, 이 정도로 만족하고 허황된 야욕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