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지역 축제와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선거일 전 60일간 지자체장 등 공무원이 주관하는 행사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 때문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축제 등이 차질을 빚자 봄철 특수를 기대하던 지역 상인과 농민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과 지역 축제가 무슨 상관?”

"대선 앞두고 선거법에 걸릴라"…지역축제 줄줄이 취소
25일 충남 홍성군에 따르면 구항면은 지난 11~12일 열 예정이었던 ‘2025년 구항봄꽃한우축제’와 12일로 계획했던 ‘제3회 은하면 딸기축제’를 취소했다. 구항면은 앞서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한우축제 개최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 축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준비 중이던 ‘떡메치기’ 행사가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에서 음식물을 제공하는 행위’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구항면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주민 송모씨는 “축산업으로 유명한 홍성군의 한우축제는 외지인도 많이 찾는 행사”라며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축제 하나하나가 절실한데 많이 아쉽다”고 했다. 같은 이유로 경기 이천시는 다음달 10일 열 예정이던 ‘2025 쌀밥데이’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

행사 연기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가 ‘2025년 경기 살리기 통큰 세일’을, 강원 원주시가 ‘2025 혁신도시 상생마켓’ 등을 최근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도 선거법을 의식해서다. 경북 포항시는 ‘2025 포항국제불빛축제’를 6월 말로 연기했다. 충북 등에선 축제가 아니라 주민 민원 수렴 차원의 행정 활동인 도정 설명회까지 연기됐다.

◇엄격한 선거법에 지역 경제 ‘발목’

지자체가 선거철만 되면 지역 축제 및 행사 개최에 소극적인 이유는 엄격한 선거법 조항 때문이다.

선거법 제86조는 선거일 전 60일 동안 지자체장 등 공무원이 주관하는 각종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선거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이 기간 지자체장과 소속 공무원은 정당의 정강이나 주장을 선전할 수 없다. 교양강좌, 공청회, 체육대회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 행사 등을 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다. 법 위반 시 해당 공무원은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은 선출직 공무원은 직위를 잃고 피선거권도 박탈당한다.

법령상 예외는 있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재해의 구호나 복구를 위한 행사, 특정 시기에 열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행사 등은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개최할 수 있다. 지자체들은 지역 선관위의 유권해석 결과를 받아본 뒤 다른 행사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올해는 통상 축제가 몰리는 4~6월과 대통령 선거가 겹치는 바람에 지역 선관위에 행사 가능 여부를 묻는 지자체의 질의가 폭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는 지역을 돕기 위해서라도 과도하게 지방행정의 자율권을 제한하는 법과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선거법의 선거 중립성 확보 취지는 존중해야 하지만 행사의 성격과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세밀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소상공인,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현실적인 규제 개편 또는 법 조항의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