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진영 오픈소스 AI 구축해야…韓이 아시아 최전선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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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데이 스탠퍼드대 AI硏 소장
차상균 서울대 특임교수 대담
폐쇄적인 '소버린 AI' 는 허상
기술 뒤처졌던 中, 오픈소스 집중
딥시크·큐엔 등 혁신 모델 탄생
오픈소스로 中 혜택 보더라도
AI 생태계 주도하는게 더 중요
韓, 신체화 AI기술 주목해야
K조선·반도체 등 기술 제조업
VR·로봇공학 접목에 도움 될 것
스탠퍼드 컨소로 전문인력 양성
韓 스타트업 더 많이 탄생할 것
차상균 서울대 특임교수 대담
폐쇄적인 '소버린 AI' 는 허상
기술 뒤처졌던 中, 오픈소스 집중
딥시크·큐엔 등 혁신 모델 탄생
오픈소스로 中 혜택 보더라도
AI 생태계 주도하는게 더 중요
韓, 신체화 AI기술 주목해야
K조선·반도체 등 기술 제조업
VR·로봇공학 접목에 도움 될 것
스탠퍼드 컨소로 전문인력 양성
韓 스타트업 더 많이 탄생할 것

▷한국이 아시아 첫 방문지인가요.
“그렇습니다. 방한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일본으로 갑니다.” 랜데이 소장은 26일 한국을 떠나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학술대회 ‘CHI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글로벌 협력을 모색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지역과 협력하려고 합니다. 한국과도 진정한 협력을 어떻게 할지 알아보기 위해 방한했고요.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났는데 스탠퍼드대의 생각을 차기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하더군요.”
▷무엇을 하려고 하나요.
“AI는 지구상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전 세계를 변화시킬 기술이라는 얘기죠. 다양한 문화, 경제, 정치 시스템과 언어를 기반으로 여러 관점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빅테크와 경쟁하겠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우리는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글로벌 연구 컨소시엄을 세울 계획입니다. 연구 엔지니어가 주축이 돼 대규모 기초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에요. 이 연구소는 ‘거대한 질문’에 집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인간과 기계의 지능이란 무엇일까’와 같은 문제죠.”
▷사회적 이익과 과학의 미래를 위한 일이군요.
“맞습니다. AI가 미국 혹은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돼요.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해외 파트너 연구센터와도 공동으로 연구할 계획입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공동 연구를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 중 한 곳이고요.”
▷계기가 궁금합니다.
“스탠퍼드대 총장 등의 요청에 따라 타이거팀(tiger team)을 구성했어요. 인간중심AI연구소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다학제적 비영리 기구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죠. 출발은 라이스 소장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스탠퍼드대 타이거팀은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된 소규모 전문 팀을 말한다. 이번 글로벌 AI 컨소시엄을 구성하기 위한 준비위원회(타이거팀)엔 러스 올트먼(생물의료), 존 에치멘디(철학), 로버타 카츠(문화인류학), 로이드 마이너(의학), 세레나 라오(다학제 연구), 존 사라오(물리학), 미셸 시엘(교육학) 교수 등이 참여했다.
▷왜 대학이 나서는 건가요.
“지금 대학은 컴퓨팅, 우주 등 첨단산업에서 심각할 정도로 석학을 기업에 뺏기고 있어요. 트레이닝(교육), 연구 협력, 스타트업 육성, 지식재산권(IP) 등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해 유연하고 즉각적인 새로운 모델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자금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입니까.
“9억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에요. 전 세계 억만장자, 글로벌 기업 그리고 싱가포르 등 우리 전략에 관심 있는 정부 등으로부터 7년 동안 자금을 모집할 겁니다.”
▷한국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오픈소스 AI를 수용하고 미국과 협력해야 합니다. 자유세계의 오픈소스 AI에 동참하라는 의미에요. 자유 진영이 AI 생태계를 선도하는 게 중요합니다. 오픈소스는 지난 4년간 컴퓨팅 연구를 발전시킨 핵심 요소에요.”
▷일부에선 소버린 AI를 주장합니다.
“미국은 최근 몇 년간 대규모 기초모델을 몇몇 기술 기업에 집중시키는 폐쇄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어요. 반면 중국은 일부 분야에서 뒤처졌지만 오픈소스를 수용했습니다. 이는 딥시크, 큐엔 등 혁신적인 AI 모델 탄생으로 이어졌고 그 가치를 입증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차 교수는 딥시크, 큐엔 등이 모델의 가중치는 공개되지만 아키텍처, 학습 데이터, 소스 코드는 비공개로 유지되는 '오픈웨이트 AI'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또 차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제각기 투자할 때 잃어버리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며 “비슷한 수준의 AI 모델을 각자 개발하고 있지만 글로벌 톱티어에 못 미치는 수준이고, 서로 재료를 공유하고 협력하는 체계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한국 산업에도 오픈소스 AI가 유리하다고 봅니까.
“예를 들어볼게요. 스탠퍼드대는 ‘신체화 AI’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AI는 언어, 영상, 이미지를 이해할 뿐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만약 신체화 AI를 구축할 수 있다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로봇공학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특히 한국의 조선업, 스마트폰 및 반도체 제조업 등에 매우 유용할 거예요.” 글로벌 AI 컨소시엄 준비위원회 멤버이자 'AI 대모'로 불리는 리 교수는 신체화 AI를 구현하려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다. 리 교수는 지난해 4월 AI에게 현실 세계의 물리적 특성을 학습시키는 스타트업 '월드랩'을 세웠다. 차 교수는 "랜데이 소장과 함께 만난 한국 기업들은 신체화 AI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른 사례도 소개해주세요.
“스탠퍼드대와 파트너들이 공동 연구를 할 수 있는 4개의 연구실을 보유하고 있어요. 한 연구실은 ‘노화 문제’에 집중하고 있죠. AI를 활용해 노인의 인지·신체 기능이 저하되더라도 더 높은 삶의 질을 누리도록 지원하는 것이 연구 목적입니다. 이런 것들을 한국도 공유할 수 있다는 얘기에요.”
▷한국의 AI 인재 양성도 절실합니다.
“스탠퍼드대는 글로벌 AI 컨소시엄 한국 센터를 세울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한국 학생들이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AI 전장의 최전선에서 일할 전문가, 박사 과정 학생을 더 많이 양성할 수 있습니다. 한국도 현재 이 분야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압니다.”
▷실리콘밸리행 인재 고속도로가 생기겠네요.
“맞습니다. 실리콘밸리 및 스탠퍼드대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에서 더 많은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을 거예요. 실리콘밸리의 기업가정신이 한국으로 이전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대기업에 의존할 때보다 더 많은 일자리와 청년을 위한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어떤 AI를 개발하려고 하나요.
“인간 중심의 AI를 개발해야 합니다.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AI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고방식을 말하죠. AI 시스템에 영향을 받을 더 넓은 공동체를 고려하는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윤리가 필요하다는 말로 들립니다.
“우리가 교육하는 엔지니어에게 윤리를 다른 방식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범죄가 발생할 때에 대비해 정책과 법도 정비할 필요가 있고요.”
▷AI를 만능열쇠로 생각하는 경향도 문제죠.
“맞아요. AI를 공상과학(SF) 소설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AI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대표적이죠. 이런 일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은 작습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네 가지 D’로 불리는 현실적인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합니다. 가짜뉴스(disinformation), 딥페이크(deepfake), 차별(discrimination), 일자리 상실(dislocation) 말입니다.”
인간-AI 상호작용 세계적인 권위자…제임스 랜데이 소장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AI계 대모라고 불리는 페이페이 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2019년 스탠퍼드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를 공동 설립했다. 랜데이 소장은 HCI 연구를 통해 인간의 행동과 사회적 맥락을 반영한 AI·디지털 기술 개발을 주도해왔다. HCI는 인간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연구하는 융합 분야로 사용자경험(UX), 인터페이스 설계, 기술의 사회적 영향 등을 다룬다.HAI는 AI 시대 인간 중심 기술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글로벌 다학제 연구기관이다. 특히 HAI가 매년 발간하는 ‘AI 인덱스 리포트’는 전 세계 AI 연구·산업·정책 동향을 종합 분석하는 권위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정책 입안자, 기업, 학계 등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랜데이 소장은 AI가 인간의 삶을 증진하고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내재화해야 한다는 ‘인간 중심 AI’ 철학을 실천하며, AI가 사회 전반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길을 주창하는 대표 학자다. 그는 HAI를 통해 공학, 의학, 법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 기술과 사회의 조화를 이루는 AI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정리=김인엽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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