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아이폰 조립을 인도로 이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對中) 고율 관세에 대응해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가속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2026년 말까지 매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아이폰 6000만 대 이상을 전량 인도에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목표가 달성되면 인도 내 아이폰 생산량은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다.

애플은 지난 20여 년간 막대한 투자를 통해 중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라인을 구축했지만 미·중 무역 갈등 심화로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100% 이상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스마트폰에는 일시 유예 조치를 취했다. 중국산 스마트폰에는 20%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인도 역시 26%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 올랐으나 양국 간 무역 협정 논의가 이뤄지면서 관세 부과가 일시 중단됐다.

다만 시장에선 애플의 완전한 ‘탈중국’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애플의 전 세계 아이폰 출하량 2억3210만 대 중 약 28%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됐다. 모든 미국 판매 아이폰을 인도산으로 대체하려면 인도 내 생산 역량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현재 애플은 폭스콘과 타타전자 등 계약 제조업체를 통해 인도 내 생산 능력을 확장하고 있으나, 최종 조립만 인도에서 이뤄질 뿐 여전히 수백 개 부품은 중국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펫네이선슨의 크레이그 모펫 애널리스트는 최근 고객 메모를 통해 “조립 공정을 인도로 옮기더라도 공급망은 여전히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조립 이전은 중국 정부 저항에도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최근 중국에서 인도로 시험 장비를 반출하려고 했지만 중국 당국이 이를 지연하거나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대중국 고관세 조치에 대한 반발로 애플의 중국 내 아이폰 판매가 위축될 위험성도 지적된다. 모페 애널리스트는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화웨이, 비보 등 현지 브랜드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는 매우 현실적인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애플 목표주가를 주당 184달러에서 141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이혜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