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저축은행업계 1위 SBI저축은행을 인수한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수신 기능이 없는 교보생명으로서는 ‘회심의 한 수’를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2위 생명보험사’ 자리를 둘러싼 교보생명과 한화생명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교보생명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SBI홀딩스가 보유한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내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약 9000억원이다. SBI홀딩스는 SBI저축은행 자사주 14.77%를 제외한 85.23% 지분을 갖고 있다.
교보생명은 저축은행 운영 경험이 없는 점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지분을 취득하기로 했다. 우선 금융당국에서 대주주 승인을 받은 뒤 올해 하반기 지분 30%를 취득할 계획이다. 이후 금융지주사 전환에 맞춰 내년 10월 말까지 50%+1주를 인수한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2027년부터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상당 기간 SBI홀딩스와 공동 경영을 할 것”이라며 “SBI저축은행을 1등 저축은행으로 키운 현 경영진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금융지주사 전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또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대고객 서비스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예컨대 보험사에서 대출이 거절된 고객을 저축은행으로 유입해 가계 여신 규모를 1조6000억원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향후 손해보험사 인수 등 영역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지분 50% 이상을 취득하면 연결 재무제표에 자회사로 반영된다. SBI저축은행의 자산, 순이익 등이 교보생명 연결 재무제표에 그대로 추가된다는 의미다. 이 경우 교보생명은 한화생명과의 2위 보험사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지난해 교보생명은 6863억원의 순이익(연결 기준)을 거둬 한화생명(8660억원)에 1800억원가량 뒤졌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저축은행업권 침체 국면에서도 808억원의 흑자를 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3495억원, 3284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