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29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29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2차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후보가 29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며 1996년 정계에 입문한 지 29년 만이다.

홍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2차 경선 결과가 발표된 직후 “30년 정치 인생을 오늘로써 졸업하게 됐다”며 “이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좀 편하게 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공언한 대로 경선 탈락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홍 후보가 같은 ‘반탄’(탄핵 반대) 진영인 김문수 후보보다 선명성이 떨어진다는 점, 경선 토론 과정에서 감정 섞인 발언을 한 점 등을 당원의 마음을 사지 못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홍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등의 역할도 맡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에 “내일 30년 정들었던 우리 당을 떠나고자 한다”며 “더 이상 당에서 내 역할이 없고 정계에 머물 명분도 없어졌다”고 적었다.

한편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50%씩 반영한 2차 경선에서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 4명의 후보 중 안 후보와 홍 후보는 2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세 번째 대선에 출마한 홍 후보는 경선 후보 중 유일하게 지자체장 직까지 던지는 등 배수진을 쳤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날 후보들의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홍 후보는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 시절 슬롯머신업계 비호세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해 일약 스타 검사로 떠올랐다. 이 사건을 모델로 한 드라마 ‘모래시계’가 큰 인기를 끌면서 대중에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 5선(15·16·17·18·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당 원내대표를 한 번, 당 대표를 두 번 했다. 이어 경남지사와 대구시장에도 선출돼 ‘헌정사상 최초 민선 복수 광역자치단체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등 화려한 정치 인생을 보냈다. 그는 직설적이고 선명한 표현을 구사하는 ‘홍카콜라’(홍준표+코카콜라)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대중과 소통했다.

그러나 대선과는 인연이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에서는 자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쓴잔을 들었다.

홍 후보와 함께 2차 경선에서 탈락한 안 후보는 패배를 승복하는 한편 대선 과정에서 당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안 후보는 “국민의힘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한다. 누가 최종 후보가 되든 이재명을 막는 데 제힘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