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건설 전문 금융기관인 건설공제조합이 건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경영 실적이 갈수록 나빠지자 비상대응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건설공제조합은 ‘건설 경기 침체에 따른 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대응체제’를 선포한다고 30일 밝혔다. 최근 건설업계는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상승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합 역시 건설 경기 침체와 금융 환경 불확실성 속에 경영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건설공제조합의 당기순이익은 231억4900만원으로 2023년(826억1300만원)보다 72% 감소했다. 2021년 1638억2700만원까지 늘어난 순이익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줄었다. 당기순이익에서 주식과 채권 등 금융 수익을 뺀 영업 실적은 더욱 심각하다. 건설공제조합은 지난해 318억8400만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손실액이 2023년(-259억2600만원)보다 23% 불어난 것이다.
건설 경기 악화와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공제조합이 건설사 대신 갚아준 하도급 대금 등이 급증한 탓이다. 지난해 말 기준 건설공제조합의 보증대급금(대위변제액)은 2218억1700만원으로, 2023년(1831억2500만원)보다 21.1% 늘었다. 2년 전인 2022년(609억9000만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조합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상대응체제를 선포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재무성과관리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보증심사 강화 및 부실 예상 현장 관리 등을 통한 보증대급금 감축 △예산 절감 등을 통한 조직 운영 효율화 △유휴자산 매각 및 자금 운용 조정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등에 나설 계획이다.
건설공제조합은 지난해 말 기준 조합원(건설사) 1만3200여 곳, 자본 6조6000억원 규모의 종합건설금융기관이다. 올해 초 신임 이사장 선출 과정에서 빚어진 내부 조직 갈등도 이어지는 등 안팎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김상수 운영위원장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과도한 경영·인사 개입을 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이어져 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초까지 대한건설협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운영위는 사업 심의·의결과 업무 집행을 감독하는 기구로, 실질적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핵심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대한건설협회장 시절에도 건설공제조합 경영 관여, 차기 회장 선거 개입 등의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는 협회장 퇴임 당시 “건설공제조합의 ‘조합원 이사장 제도’와 조합원 이사회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매듭짓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