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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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장시간 노동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포괄임금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포괄임금제 폐지가 유력한 대선 공약으로 떠올랐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때도 포괄임금제 폐지 법안을 내는 등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왔다. 포괄임금제가 ‘공짜 근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노동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반면 기업들은 경직된 노동법 체제에서 최소한의 근로시간 및 임금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라고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괄임금제를 없앨 경우 사업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포괄임금제 덕분에 임금 더 받는 근로자도"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수당 등을 기본급이나 고정수당에 포함해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법적 제도는 아니지만 법원이 판례를 통해 관행으로 인정하고 있다.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산업 현장의 현실을 감안해서다. 다만 법원은 근로시간 계산이 가능한데도 포괄임금제를 쓰면 '무효'로 보며(2014다232005), 그밖에 ‘당사자 간 합의가 있을 것’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을 것’ 등 엄격한 조건을 걸고 있다.

이 때문에 근로자를 고정 수당으로 묶어 놓고 무제한 일을 시켜 '착취'하는 포괄임금제는 현행 판례 법리에 따라서도 당연히 '무효'다. 당연히 근로자는 근로시간을 입증해 그간 받지 못한 임금을 추가 지급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는 임금체불 등으로 처벌받게 된다.

폐지할 경우 큰 파급력이 예상되는 것은 대기업에서도 널리 쓰이는 '고정연장근로 수당(고정OT)'이다. 주40시간 기본 근로에 대해서는 고정급이 있지만,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만 '약정시간'만큼 지급하는 '고정OT'도 넓게 보면 포괄임금제로 분류가 된다. 예를 들어 연장근로 시간을 계산하기 어려운 회사에서 보통 근로자에게 월 약정시간(예를 들어 월 20시간)을 연장근로 하는 것으로 보고, 그만큼 정해진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다만 법원은 근로자가 실제로 약정된 20시간만큼 일하지 않았어도 정해진 20시간 치의 수당은 줘야 한다고 본다. 반면 약정시간을 '넘겨' 일했다면 초과 연장근로시간에 대해 추가 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제도가 잘 지켜지면 손해 볼 게 없는 제도라는 뜻이다.

실제로 고용부가 지난 2023년 공개한 근로시간 개편 대국민 설문조사를 보면 ‘연장근로에 대해 포괄임금을 지급한다’는 응답은 근로자 29.4%였다. 이 중 ‘약정 근로시간이 실제 근로시간보다 적다’고 응답한 근로자는 19.7%였지만, ‘약정 근로시간이 실근로시간 보다 더 많다’는 근로자는 14.5%였다. 일한 만큼 받는다는 48.3%, 모르겠다는 17.5%였다. 실제 근로시간 대비 임금을 더 받는 근로자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실근로시간 입증"…노사 쟁점 된다

'포괄임금제 폐지'의 취지는 '일할 만큼' 근로의 대가를 달라는 것이다. '근로시간 확인' 조항이 포괄임금제 폐지 법안에 따라붙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다만 고정OT가 폐지될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 '실근로시간' 여부를 두고 법적 분쟁이 난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포괄임금제를 쓰는 사업장은 (제도를 근로자 착취용으로 쓰고 있는 악덕 사업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근로시간 산정이 애매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자연스럽게 근로자의 실근로시간, 일명 '순근시간'을 확인하려는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주52시간 제한으로 근로시간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기업들은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 실근로시간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관례적으로 허용되는 담배타임, 점심시간 외의 자의적 휴식 시간, 커피타임 등도 단속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하나증권은 '점심시간 과다 사용'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지각' 등에 해당되는 직원들에 대해 감봉과 정직 등 징계 조치를 취했다. 일부 금융권에서는 점심시간이 12시부터인데 11시부터 점심을 먹으러 몰려 나가는 직원들을 본 대표가 불호령을 내렸다는 전언도 있다.

한 공인노무사는 "만약 실근로시간을 체크하라는 법적 근거가 생긴다면 기업의 감시·통제가 강화될 수 있다"며 "근로시간 측정 방식, 사업장 체류 중 근로시간 인정 범위를 두고 노사 간 갈등으로 번지거나 근로의 밀도가 높아질 소지가 있다"고 했다.

말그대로 '뜨거운 감자'가 된 포괄임금제다. 근로시간이 불규칙하거나 연장근로가 많은 업종(IT, 게임, 물류, 방송 등)에서 장시간 근로의 원인으로 꼽혀 왔다. 실제로 2024 게임산업 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는 종사자 비율은 69.9%에 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종의 생산성 문제와 지불여력 문제를 포괄임금제 자체의 문제처럼 돌려서는 안되며, 포괄임금제를 대체할 수 있는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 없이 폐지가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혼선을 줄이기 위해선 유연근무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제를 활성화 할 수 있게 해주는 등 대안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본부장은 "포괄임금제를 일괄적으로 무효라고 보기보다 위법한 방식으로 오⋅남용하는 사업장을 단속하는 방식이 적절하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