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기술주 투자심리 회복 기대를 키우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2분기 실적도 낙관하며 관세 충격 우려를 불식했다. 월가에선 “관세 불확실성이 정점을 지났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적 낙관’에 시장 환호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1분기 매출이 700억7000만달러(약 99조85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고 4월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주당순이익(EPS)은 3.46달러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 평균 추정치(매출 684억2000만달러, EPS 3.22달러)를 웃돌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6.93% 급등했다.
같은 날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도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늘어난 423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월가 추정 실적(414억달러)을 웃돌았다. 순이익은 166억4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났다. 반도체 설계업체 퀄컴은 1~3월(회계연도 2분기)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108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역시 월가 추정치(106억6000만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시장은 낙관적인 2분기 실적 전망(가이던스)에 특히 주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영향을 반영한 2분기 실적이 관련 충격의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분기 매출이 최대 742억5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LSEG가 집계한 월가 추정치(722억60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규모다. 메타도 월가 추정치인 440억1000만달러에 부합하는 2분기 매출 가이던스(425억~455억달러)를 내놨다.
빅테크는 ‘인공지능(AI) 수익화’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메타의 어닝서프라이즈는 예상 밖에 급증한 광고 매출이 이끌었다. AI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가 효과를 내며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수익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1분기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플랫폼 애저의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했는데, 회사는 증가폭의 절반(16%포인트)이 AI 관련 매출이라고 설명했다. 전 분기 AI 매출 기여도(13%포인트)를 소폭 넘어섰다.
◇“관세 우려 정점 지났다”
미국 빅테크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들어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투자자 ‘톱픽’(최선호주)으로 매수가 몰리고 있다.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는 올해 들어 19.08% 하락했으나 개인투자자는 89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월가 일부 전문가는 관세 전쟁에 따른 충격이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기술주 주가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 빅테크 실적의 호전을 계기로 기술주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솔리타 마르첼리 UBS글로벌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관세 전쟁으로 시장 변동성이 지속될 수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급격한 관세정책 변화는 이미 정점을 지났고 시장 전망도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했다.
기준금리 동결을 고수하던 미국 중앙은행(Fed)이 선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올 1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역성장한 가운데 지난달 고용 시장도 악화해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의 오는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66.1%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