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플러 '와이어 투 와이어'…고향 텍사스서 날았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9·미국·사진)는 자신의 첫 프로 대회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11년 전 아마추어 고교생 신분이던 그는 첫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 공동 22위에 올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 무대가 댈러스 지역 대표 골프축제인 바이런넬슨대회다.

열여덟 살 소년에서 어느덧 마스터스 챔피언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된 셰플러는 5일(한국시간) 끝난 PGA 투어 더CJ컵바이런넬슨에서 우승하며 지역 주민들 앞에서 ‘셰플러의 시대’가 현재 진행형임을 증명했다. 통산 14승을 올린 그가 댈러스 지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셰플러는 이날 매키니 TPC크레이그랜치(파71)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8언더파 63타를 쳤다. 최종 합계 31언더파 253타를 적어내 2위 에릭 판 루옌(남아공)을 8타 차로 크게 따돌리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우승상금은 178만2000달러(약 25억원).

지난해 첫아들 출산 일정이 겹쳐 지역 팬들 앞에 서지 못한 셰플러는 이 대회 여섯 번째 출전 만에, 그것도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선두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로 정상에 섰다. 그가 써낸 253타는 2017년 소니오픈의 저스틴 토머스(미국), 2023년 RSM클래식의 루드비그 오베리(스웨덴)와 함께 PGA 투어 역대 최저타 타이기록.

여섯 살 때부터 댈러스에서 자랐고 한 가정을 꾸린 지금도 댈러스에 사는 셰플러는 이번 대회에서 홈 팬들의 응원에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첫날 코스 레코드에 1타 모자라는 10언더파 61타를 몰아쳤고, 2라운드에서도 8타를 줄여 6타 차 단독 선두로 반환점을 돌았다. 이 대회 36홀 최저타(124타) 기록을 세운 그는 3라운드에서도 5타를 줄여 54홀 최저타(190타) 기록도 갈아치웠다. 마지막 날엔 PGA 투어 72홀 최저타 타이기록까지 더했다.

셰플러는 정통에서 벗어난 ‘낚시꾼 스윙’으로 유명하지만, 엄청난 연습량 덕분에 정교한 샷을 구사한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그린 적중률 공동 1위(81.94%), 그린 주변 샷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그린 주변 이득타수(SG) 1위(12.81), 평균 퍼팅 수에서도 1.53타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5만 명의 구름 관중 앞에서 아들 베넷을 안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셰플러는 이렇게 말했다. “11년 전 이 대회가 내가 처음 출전한 프로 대회였어요. 이런 순간을 위해 평생 노력한 것 같습니다.”

매키니=서재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