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라면 누구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방심하다가 ‘아차!’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테다. 법무법인 한중의 채다은 변호사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채 변호사는 지난 1월 17일 오전 4시41분께 시속 48㎞로 스쿨존을 운행하다가 단속 카메라에 걸려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도심 제한 속도인 시속 50㎞보다 느린 속도였지만 스쿨존인 걸 깜빡했다.
스쿨존은 1995년부터 도로교통법에 근거해 지정하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 유치원 인근 등 1만6900여 곳이 해당한다. 스쿨존 자동차 주행 속도는 시속 30㎞로 제한된다. 이 속도에선 주행 중인 자동차와 사람이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해도 보행자 중 90%가 생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속도위반 시 과태료는 주행 속도 시속 40·50·60·70㎞대마다 6·9·12·15만원이 부과된다. 시속 80㎞를 넘으면 과태료 30만원에 벌점 30점까지 더해져 면허가 정지될 수도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스쿨존 속도위반 적발 건수는 526만4042건으로 4년간 3.5배 급증했다. 과태료 부과액도 2019년 804억원에서 2023년 2894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스쿨존 내 자동차 사고 어린이 피해자는 오히려 늘었다. 어린이 피해자는 172명으로 전년(163명)보다 5.5% 증가했다. 이른바 ‘민식이법’처럼 특정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방식만으로는 어린이를 온전히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채 변호사는 심야·새벽에도 스쿨존 운행속도 제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행동자유권 등 기본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지난달 22일 도로교통법 12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은 ‘시차제’를 도입해 원칙적으로 평일 등하교 시간에만 스쿨존에서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맹목적인 규제 강화가 오히려 불편과 불만을 낳고 법의 취지를 퇴색할 수 있다. 이번 헌재 판단이 시간과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교통 정책을 수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