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시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달 21일 디노티시아, 아이닉스, 쿠오핀 등 반도체 관련 기업 관계자들과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강기정 광주시장(왼쪽 네 번째)이 지난달 21일 디노티시아, 아이닉스, 쿠오핀 등 반도체 관련 기업 관계자들과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경기도의 반도체 설계 지원 전문 기업 에이직랜드(대표 이종민)는 지난달 15일 광주광역시에 사무소를 열었다. 광주시가 유치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과 협력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광주 내 대학에서 배출한 인공지능(AI) 분야 인재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에서 반도체 설계와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에임퓨처(대표 김창수)도 다음달 광주지사를 연다. 회사가 보유한 AI 솔루션과 광주 지역 기업의 수요 매칭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올해 지역 인재 3~5명을 채용한 뒤 연구 중심센터로 키울 계획이다.

광주시가 국내 팹리스 기업에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수요 기업 매칭 등 다양한 정책 지원에 매력을 느낀 팹리스 기업이 잇달아 광주에 둥지를 틀면서다.

6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부터 고성능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유치를 시작해 팹리스 기업 9개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에이직랜드, 에임퓨처, 모아이, 모빌린트, 수퍼게이트, 퓨리오사에이아이, 디노티시아, 아이닉스, 쿠오핀 등 AI·반도체 설계 및 솔루션 제공이 주력인 회사들로 이미 광주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광주에 진출한 업체 모두 내실이 탄탄하다고 보고 있다. 에이직랜드는 세계 최대 규모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글로벌 8개 협력사 중 유일한 국내 기업이다. 퓨리오사에이아이는 메타(옛 페이스북)로부터 1조1300억원에 인수를 제안받는 등 추론용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양산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꼽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선 당시 첫 일정으로 방문한 기업이다.

김창수 에임퓨처 대표는 “국내 200여 개 반도체 분야 회사 중 광주에 진출하거나 협약을 맺은 곳은 업계 톱클래스 업체들”이라며 “반도체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지금 다 광주로 가고 있는데, 추가로 10개 기업이 더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수도권의 팹리스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AI 산업 중심의 관계 기관을 묶어 원팀을 구성하고, 전국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AI 실증 사업 확대에 투자해왔다. 스타트업에 초기 레퍼런스(기준) 제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호남권연구본부는 에임퓨처가 광주에 진출하자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개발하는 엔에이치네트웍스와 기술 매칭을 소개했다. 두 기업은 각자 개발한 카메라에 AI 칩을 얹어 지난 1월 미국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CES)에서 ‘전기차 화재 감시 카메라’를 출품했다.

탄탄한 AI·반도체 인재 양성 체계와 AI·반도체 관련 기업의 네트워크를 갖춘 점도 팹리스 기업을 광주로 불러 모으는 데 한몫한다. 광주시는 실무형 인재를 배출하는 AI 사관학교 운영을 비롯해 전남대 반도체특성화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삼성전자 반도체계약학과, 조선대 반도체 첨단 패키징 특화형 석박사 혁신 인재 양성 구축 사업 등을 운영 중이다. 김경률 수퍼게이트 대리는 “팹리스 기업이 광주에 모여들면서 이미 협업 네트워크가 구성됐다”고 말했다.

광주=임동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