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교체 수요 증가…전력인프라株 주목하라
최근 유럽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잦아졌다. 지난 3월엔 영국 히스로공항이, 지난달엔 스페인 전역이 정전 사태를 겪었다. 모두 전력 인프라 문제에서 비롯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은 앞으로 더 자주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도 그렇다. 선진국들의 주요 전력 인프라 투자가 1950년대 이뤄진 탓이다.

미국은 한동안 둔화하던 전기 수요 증가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전기차 침투율 증가, 제조업 리쇼어링(자국 복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 등의 영향이다. 다른 선진국의 전기 인프라 설비 투자도 노후 설비 대체 수요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도 송·배전망 추가 투자로 이어진다. 기존 화력이나 원자력 설비와 다른 지역에 건설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하지만 중국 상황은 정반대다. 전기 수요가 2015년까지 10%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이후 점차 느려져 최근엔 연간 5% 안팎 증가하는 데 머물고 있다. 중국 산업이 과잉 투자로 어려움을 겪는 까닭이다. 미국은 전체 전기 수요에서 산업용 수요가 30% 미만이지만 중국은 산업용 전기가 전체의 70%에 달한다. 전기차 이용 증대로 인한 수요 증가분 관련 투자는 이미 상당히 이뤄졌고, 재생에너지 투자도 이미 장기 목표의 절반 이상을 태양광과 풍력으로 대체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도 산업 수요 증대에 제동을 걸 수 있다. 급격한 수요 증가로 왕성한 설비 투자가 필요했던 시점을 지나가고 있다.

중국의 전기설비 업체의 대표 주자는 나리텍(600406 CH)이다. 수주 성장률 전망은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10%대 수준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을 주요 시장으로 둔 지멘스에너지(ENR DE)와 GE버노바(GEV US) 등 업체는 오랜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 10% 이상의 성장을 내다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아직 초입 국면일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 인프라 강화는 더 많은 제조업체의 유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30년 이후 중국은 2000년대 미국처럼 성장률이 5%대로 낮아지고, 미국과 유럽은 과거의 중국처럼 15~20%대로 성장률이 올라갈 수도 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당 산업들을 지켜봐야 한다.

우건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