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수출입한다는데…한국에서만 못하는 '이것'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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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싱가포르는 가스를 수입해 화력발전으로 전기를 자급해왔지만, 이제는 대안을 모색해야 했다.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도시국가의 특성상 땅덩어리가 좁아 태양광 패널을 깔거나 풍력발전소를 짓기도 쉽지 않았다.
'전기 동맹' 나선 글로벌
이에 싱가포르가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것이 '전기 수입'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인접국에서 해저 송전 케이블을 통해 전기를 수입하는 사업에 대해 예비 승인을 내렸다. 심지어 심지어 4,300km 떨어진 호주에서도 청정 전기를 끌어다쓰는 등 앞으로 10년 안에 전체 전력 소비량의 3분의1을 수입 전기로 채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세계 각국은 '전력망 연결'을 모색하고 있다. 친환경 전기를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프리카 사막의 태양광이나 북해의 해상풍력처럼 지역별로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다른 국가들이 공유하면, 남는 전기를 굳이 저장하지 않아도 수요에 따라 나눠 쓸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데, 국가 간에 전력망을 연결하면 과잉 발전과 부족 사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남들은 다 수출입한다는데…한국에서만 못하는 '이것'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http://img.www5s.shop/photo/202505/AA.34885581.1.jpg)
아프리카에서도 케냐, 탄자니아, 에티오피아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설치됐다. 방글라데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인도의 전력망을 통해 네팔의 전기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 중남미 대륙에서도 전력망 통합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수틀리면 공급 중단" 우려도
2023년 기준 국제적으로 거래되는 전기는 전 세계 전력의 2.8%에 불과했다. 과거에는 장거리 송전 중 전력 손실이 크다는 기술적 한계가 국가 간 전력망 연결을 꺼리는 주요 원인이었지만, 기술 발전으로 이 같은 문제는 점점 해소되고 있다. 특히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은 대용량 전력을 먼 거리까지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게 해준다.최근의 문제는 기술이 아닌 '지정학적 요인'에 있다. 인접 국가 간 외교적 마찰이 전력 공급 중단 같은 '전기의 무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자,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전기에 25%의 세금을 부과하며 맞대응했다.
![남들은 다 수출입한다는데…한국에서만 못하는 '이것'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http://img.www5s.shop/photo/202505/AA.39380043.1.jpg)
말레이시아는 자국 내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이유로 2021년부터 약 2년 간 싱가포르로의 재생에너지 수출을 금지했던 적도 있다. 전력 수출입이 외교 갈등에 따라 언제든 중단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전기 섬' 韓이 꾸는 부유식 해상풍력의 꿈
전력망 연계가 '양날의 검'이라는 점은 스페인 대정전에서 확인됐다. 지난달 말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서 재생에너지의 전기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전력망의 주파수와 전압이 불안정해졌고, 이로 인해 프랑스와의 연결망이 자동으로 차단됐다. 이 여파로 프랑스 남서부 일부 지역도 단기 정전을 겪었다.하지만 이후 프랑스는 스페인에 1500메가와트(MW)의 긴급 전기를 공급하면서 복구를 지원했다. 이처럼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전기 동맹'을 통해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사실상 '전기 섬'에 가깝다. 지리적으로 대륙에 붙어 있지만, 북한과 단절된 상태여서다.
![남들은 다 수출입한다는데…한국에서만 못하는 '이것'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http://img.www5s.shop/photo/202505/01.38078006.1.jpg)
최근에는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이 도입되며 일본과 한국의 해상 구조물이 가까워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양국이 해상에서 물리적으로 인접하게 되면, 전력망 연결의 가능성도 다시 커질 수 있다. 일본 관서 지역의 전력 주파수는 한국과 같은 60Hz로, 기술적 연계 장벽도 낮은 편이다.
김리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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