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 칼럼] 경제 강국, 선거 구호로만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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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보다 높은 미국 잠재성장률
기득권 아닌 시장혁신 지원 덕분
김수언 논설위원
기득권 아닌 시장혁신 지원 덕분
김수언 논설위원
![[김수언 칼럼] 경제 강국, 선거 구호로만 되겠나](http://img.www5s.shop/photo/202505/01.40454038.1.jpg)
저성장이 굳어지는 가운데 6월 3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 운동이 시작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유력 대선 주자가 일제히 10대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후보는 그중 1호 공약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내놨다. 인공지능(AI) 등 신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빅5 문화강국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의 1호 공약은 ‘기업할 자유가 넘치는 나라, 일자리 창출로 활기찬 대한민국 경제 구현’이다. 법인세 및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노사 합의 기반의 주 52시간제 개선 등을 담았다. 이준석 후보는 ‘대통령 힘 빼고 일 잘하는 정부 만들기’를 맨 앞에 내세웠다. 리쇼어링(해외 공장의 국내 복귀)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도 약속했다.
모두가 더 나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경제 상황에선 왠지 공허하게 느껴진다.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노동과 자본 투입, 총요소생산성이 모두 떨어지는데도 이를 타개하기 위한 구체적 처방이 안 보이기 때문이다. 혁신을 가로막는 각 부문의 기득권을 제한하는 결기와 AI 혁명에 호응하는 산업 및 경제구조 재편 밑그림도 미흡하다.
KDI에 따르면 노동의 성장 기여도(전체 경제성장률에서 노동·자본·총요소생산성 각각이 기여한 비율)는 저출생·고령화로 2010년대 0.8~0.9%포인트에서 계속 하락해 2030년에는 0.1%포인트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자본과 총요소생산성에 변동이 없다고 가정해도 성장률이 0.7~0.8%포인트 떨어진다는 의미다. 여기에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들고 글로벌 경쟁 심화 등의 영향으로 투자 효율성이 과거보다 낮아지면서 자본 투입의 성장 기여도 역시 계속 내려가고 있다.
새 정부가 가장 고민해야 할 부분은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인 총요소생산성의 하락이다. 경영 혁신이나 기술 개발 등을 따지는 총요소생산성이 미국의 61%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노동과 자본 등 양적 요소의 투입이 줄어드는 현실을 단기간에 바꾸기 힘들다면 질적 효율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성장동력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거대 노동조합 등 기득권 집단에 밀려 2000년대 이후 구조개혁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은 알려진 대로 시장 혁신을 통한 성장 기회 재창출에 성공했다. 유연한 노동시장과 기술 혁신에 힘입어 2008년 2.1%까지 떨어진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2.5%로 반등했다. 2022년부터 한국을 오히려 앞섰다. 반면 한국은 얽히고설킨 신산업 규제와 노동 규제, 사회적 갈등 탓에 혁신은 멀어지고 기존 산업은 정체되고 있다. 성장 엔진을 복원하려면 공허한 말이 아니라 기득권을 보호하는 낡은 경제구조를 깨뜨려야 한다. 그래야 자본 투입과 총요소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다. 성장이 선거 구호로만 가능하다면 전 세계에 못사는 나라가 한 곳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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