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금싸라기 땅’을 비롯해 강남권 핵심지에서 진행되다가 엎어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이 연이어 공매로 나오고 있다. 기존에 나온 물건 매각도 지연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PF 매물이 쌓이고 있다.

대치동 고급 주상복합도 공매로…쌓여가는 PF 매물
13일 PF 경·공매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금융권에서 매각을 추진 중인 부동산 PF 사업장은 총 396개다. 금융당국은 부실 PF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난 1월부터 경·공매 플랫폼을 조성해 매각 사업장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매물 개수는 1월 195개에서 2월 369개, 3월 384개 등으로 매달 증가세다.

지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좋다고 여겨지는 서울권에서도 매물이 쌓이고 있다. 지난달 매물로 나온 서울 내 PF 사업장은 39개로, 3월(30개)보다 30% 늘었다. 대치동 핵심지 물건도 지난달 공매로 나온 상태다. 대치동 대장 아파트 중 하나인 ‘래미안대치팰리스’ 바로 옆 주상복합 부지(대치동 603 일대)다. 이 사업장은 고급 주상복합과 병원 상가 등이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공사비와 금리 인상으로 사업이 무산됐다.

명품 브랜드 펜디가 인테리어를 맡아 화제가 된 서울 논현동 아파트 개발 부지도 3월부터 매물로 나와 있지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곳엔 지하 7층~지상 20층 규모의 초고가 아파트 ‘포도 바이 펜디 까사’가 들어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브리지론(본대출 전 이뤄지는 중간 대출)에서 본PF 전환에 실패해 매물로 나왔다.

금융권 안팎에선 당분간 PF 매물이 누적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투자자가 관망세를 유지하며 실제 매각이 성사되기가 쉽지 않아서다. 기존 매물이 소화되지 않은 채 신규 매물이 지속적으로 추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매물로 나와 있는 사업장 396곳 중 169곳(42.7%)은 아직 입찰 개시조차 못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수자는 낮아진 가격조차 비싸다고 보거나 PF 신규 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워져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체 매물 중 저축은행이 대리금융기관으로 있는 물건이 124개(31.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리금융기관은 통상 가장 많은 금액을 대출해준 기관으로, PF 사업장 대주단을 대표한다. 금융당국은 PF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근 저축은행에 PF 부실 자산을 올 상반기 내 정리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신연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