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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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위니아, 큐텐그룹, 티몬 등 경영난에 허덕이는 기업의 임금체불이 폭증하면서 대표이사들이 형사법정에 줄줄이 서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임금체불액이 6000억원을 넘어선 가운데 임금체불로 형사기소된 사업주가 2만 명에 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인건비 지급을 미루다가 형사 법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견기업 대규모 임금체불 잇달아

13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임금체불 사건으로 기소한 인원은 1만8998명으로 2023년(1만5055명) 대비 26%나 증가했다. 임금체불로 형사기소된 인원은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 2만4456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최근 2년간 다시 급증세로 전환됐다.
"사장님 제발 월급 좀 주세요"…역대급 임금체불에 줄줄이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수백억원의 대형 임금체불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검찰의 강제수사는 한층 강화됐다. 최근 2년간 구속영장 청구가 57건으로 이전 3년(33건) 대비 급증했다. 구속영장 발부도 21건에 달했다.

400억원대 임금체불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작년 3월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이 구속기소한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이 대표적 사례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박 회장 사촌인 박현철 위니아전자 대표를 구속했고, 두 달 후 광주지검도 계열사인 위니아전자 매뉴팩처링 전현직 경영진 3명을 기소했다. 박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위니아전자 매뉴팩처링 경영진 2명도 지난달 각각 징역 1년과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김태훈)도 200억원대 임금체불 혐의를 받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사건을 지난 1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에서 송치받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주 류광진 티몬 대표를 소환조사했다.

수원지검 역시 150억원 규모 임금체불 혐의를 받는 신명주 용인 명주병원 원장 사건을 고용노동부로부터 지난 2일 송치받았다.

◇올해 1분기만 6034억…사상 최대

사실상 민사 문제인 임금체불이 형사 법정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자영업자부터 중견기업까지 불경기로 경영난을 겪는 사례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임금체불액은 6034억원으로, 작년 동기 집계된 액수(5718억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작년 임금체불액은 사상 최대인 2조448억원을 기록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업주가 임금을 지급하고 합의하면 불기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임금체불 사건 불기소 인원은 2022년 1만3116명에서 작년 1만497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검찰 관계자는 “임금체불 신고가 들어오더라도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한 형사조정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정산받은 급여를 다시 청구하거나 개인적 앙심을 품고 고소하는 등 악의적 신고 사례도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금체불은 한순간에 대규모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인 만큼 기업 차원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동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퇴직금 ‘러시’를 견디지 못해 회생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며 “극심한 자금난 속에서도 사업주는 임금체불이 형사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시온/곽용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