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구겨지고 접히는 기괴한 춤…"이게 새로운 아름다움일지도"
"아름다움도 기괴하고 이상할 수 있습니다"

14일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페인의 안무가 마르코스 모라우는 이같이 말했다.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마르코스 모라우 예술감독이 이끄는 무용단 '라 베로날 컴퍼니'가 GS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모라우는 기괴한 상상력과 독특한 스타일을 자랑하는 현대무용가다. 안무가로서는 독특하게 무용 전공생도, 무용수 출신도 아니다. 대신 사진과 연극을 공부한 뒤 실험적이고 초현실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무용이라는 장르를 뛰어넘는 예술가로 평가받는다.
몸 구겨지고 접히는 기괴한 춤…"이게 새로운 아름다움일지도"
모라우 감독과 라 베로날 컴퍼니의 안무 스타일은 '코바(Kova)'라고 불린다. 기묘하고 딱딱한 동작으로 몸을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왜곡된 형태의 안무다. 무용수들은 마치 로봇같다. 몸이 구겨지고 접히는 과감한 동작과 상반되게 표정이나 시선은 딱딱하게 통제되는 게 특징이다. 모라우 감독은 이 안무 스타일을 만든 이유에 대해 "몸을 비논리적이고 기이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싶었다"며 "신체 각 부위가 서로 연결돼 상호작용하는 방법과 인간의 몸이 다른 공간 속에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탐구하는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몸 구겨지고 접히는 기괴한 춤…"이게 새로운 아름다움일지도"
모라우는 3일간 두 개 작품을 선보인다.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세 번에 걸쳐 무대에 오르는 '파시오나리아 (Pasionaria)'는 2018년 초연한 작품이다. 제목 '파시오나리아'는 스페인어로 '열정의 꽃'이라는 뜻이다. 동시에 라틴어로 '고통'과 '수난'을 뜻하는 동사 파티(pati)에 어원이 있어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인간과 기술 사이 경계가 모호해지고, 감정도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이 사는 미래를 가상의 행성 '파시오나리아'를 배경으로 표현한다. 모라우는 "이 작품을 구상할 당시 '감정의 부재'라는 개념에 푹 빠져있었다"며 "서로 소통하지 않고 단절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과 그들이 느끼는 공허함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몸 구겨지고 접히는 기괴한 춤…"이게 새로운 아름다움일지도"
17일과 18일에 공연하는 두 번째 작품은 '죽음의 무도'다. 죽음을 기리는 의식을 스페인, 독일, 불가리아 등 유럽 여러 국가의 민속춤을 모티브로 재해석했다. 5명의 무용수가 마이크와 카메라 등 현대적인 도구와 향로, 대야 등 전통 의식에 사용되는 소품을 동시에 활용한다. 무대와 객석 사이 경계나 단차 없이 관객과 같은 공간에서 무용수들이 오가는 실험적인 작품이다. 2024년 초연해 박물관, 성당, 미술관 등 다양한 공간에서 관객을 만났고, 이번 공연은 GS아트센터 메인 로비에서 열린다.
몸 구겨지고 접히는 기괴한 춤…"이게 새로운 아름다움일지도"
모라우는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모두가 동등하다는 점에서 죽음은 민주적"이라며 "죽음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유럽 전역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죽음이 모든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삶과 죽음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공연"이라고 했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