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첼시에 위치한 티나킴갤러리. 2015년 이 자리로 옮겨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Bora Kim
뉴욕 첼시에 위치한 티나킴갤러리. 2015년 이 자리로 옮겨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Bora Kim
미국 뉴욕 첼시의 갤러리 밀집 지구. 이곳에 10년째 자리 잡고 있는 티나킴갤러리의 티나 킴 대표(55·사진)는 한국 미술의 민간 외교관이다. 한국 작가들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해왔다. 그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학업을 마친 당시, 귀국하면 어머니(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가 운영하는 국가대표급 갤러리에서 편하게 가업을 이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뉴욕 57번가에 자신의 갤러리를 열고 ‘나만의 뭔가를 이곳에서 찾겠다’고 다짐했다.

2015년 현재 자리한 곳으로 옮긴 티나킴갤러리는 ‘Happy Together’라는 이름으로 첫 전시를 열었다. 다양한 아시아 예술가의 작품을 LA현대미술관 수석큐레이터 클라라 김과 함께 선보였다.
Tina Kim. Courtesy of Tina Kim Gallery
Tina Kim. Courtesy of Tina Kim Gallery
그가 같은 해 기획한 제56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단색화 그룹전’은 한국 현대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역사적인 대전환이 됐다. 10년 전 열린 이 전시는 지금도 미술계에서 회자된다. 한국의 미술계조차 단색화를 단순히 ‘미국 미니멀리즘의 한국적 해석’이라고 여기던 것에 큰 돌을 던졌기 때문이다. 뿌리 깊은 미적 전통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근본적인 전통의 원칙을 고수한 ‘새로운 한국 예술 언어’로서의 단색화 화가들을 재조명했다.

당시 이 전시는 하종현, 박서보, 이우환 등 한국 초기 추상미술과 아방가르드 선구자들의 작품으로 꾸려졌다. 1970~1980년대 군사 정권의 엄격한 통제와 민주화 시위가 끊이지 않던 시기, 저항의 몸짓으로서 ‘수행적 회화’의 하나이던 단색화의 맥락과 뿌리를 보여줬다.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화가들의 ‘행위’에 주목한 큐레이션을 선보이자 파장은 컸다. 세계 주요 미술관과 학계는 한국의 단색화에 눈을 떴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시카고미술관, 허시혼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등이 단색화를 대거 소장하기 시작했고, 이들을 집중하는 전시회도 이때부터 미국 유럽 아시아 등 대륙을 건너 봇물 터지듯 열리기 시작했다.
<The Making of Modern Korean Art> 전시 전경. 김창열과 박서보 등 단색화 거장들의 초창기 작품이 걸렸다.  /Hyunjung Rhee
<The Making of Modern Korean Art> 전시 전경. 김창열과 박서보 등 단색화 거장들의 초창기 작품이 걸렸다. /Hyunjung Rhee
아시아 예술가와 아시아 이주민 작가들의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해온 티나 킴은 이제 미술사에 쓰여질 예술가를 발굴하고 있다. 2022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참여한 이미래 작가를 영입, 실험적인 설치 작품으로 박물관급 전시를 꾸려 뉴욕 미술계에 소개한 게 대표적이다. 티나킴갤러리의 박물관급 전시 이후 이미래 작가는 지난해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 터바인홀에 최연소 설치 작가로 서는 기록도 세웠다. 필리핀 작가 파시타 아바드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한 데에도 티나킴갤러리가 중추적 역할을 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형성: 김창열,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의 편지, 1961-1982> 책을 출간하고 동명의 전시(5월 5일~6월 21일)를 함께 기획한 것은 그 연장선상이다. 전속 작가의 그림을 사고파는 상업 화랑의 보법에서 벗어나 박물관과 미술관에 작가들을 연결하는 교두보로 향하겠다는 야심 찬 선언인 셈이다. 뉴욕=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