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퍼포스> <콤비> 등
美 인종 문제 조명한 작품들
2025 퓰리처 예술 부문 수상
트럼프 뉴스, 보도 부문 휩쓸어
올해 퓰리처상 예술 부문의 핵심 테마는 ‘인종차별’이었다. 노예 해방운동, 참정권 운동 등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와 역사를 다룬 작품들이 예술 부문 상을 휩쓸었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최근 2025년 퓰리처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1917년 설립된 미국 최고 보도상인 퓰리처상은 저널리즘 부문과 예술 부문으로 나뉜다. 예술 부문에서는 문학, 희곡, 역사, 전기, 자서전·회고록, 시, 비문학, 음악 등 총 8개 상을 준다.
올해 퓰리처상 예술 부문은 미국의 인종 역사를 다룬 책들이 휩쓸었다. 왼쪽부터 퍼시벌 에버렛의 <제임스>, 에다 필즈-블랙의 <콤비>, 캐슬린 듀발의 <네이티브 네이션스>.
올해 예술 부문에서는 미국 인종차별 역사를 다룬 작품들이 돋보였다. 문학상은 퍼시벌 에버렛의 소설 <제임스(James)>에 돌아갔다. 이 책은 미국의 고전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 이야기를 재해석한 소설이다. <제임스>는 <허클베리 핀> 속 주인공 허클베리 핀과 함께 탈출하는 흑인 노예 ‘짐’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가족을 다시 만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짐의 시선으로 19세기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인종 우월주의를 비판하면서도 자유와 가족애를 이야기한다. <제임스>는 지난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큰 화제를 모았다. 현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로 제작 중이다.
희곡 부문에서는 토니상 수상 희곡 작가 브랜든 제이컵스-젠킨스의 <퍼포스(Purpose)>가 선정됐다. 흑인 참정권 운동의 주역이었던 한 가문의 부모와 두 아들이 흑인 문화와 정치를 두고 다투는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코미디 연극이다. 작품은 2024년 시카고에서 초연해 2025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뉴욕타임스가 “위선을 무자비하게 해부하는 작품, 웃느라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라고 평가하는 등 평단에서 극찬이 이어졌다. 올해 미국 공연계 최고 권위상인 토니상에서도 6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역사 부문은 두 권의 책이 공동 수상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교수이자 역사가인 에다 필즈-블랙이 쓴 <콤비(Combee)>는 미국 노예 해방 역사를 다룬 책이다. <콤비>는 지하 터널을 만들어 흑인 노예를 탈출시킨 해방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을 조명한다. 남북전쟁 중이던 1863년 터브먼이 북군의 몽고메리 장군과 함께 이끌어 노예 756명을 구출한 ‘콤바히 페리 습격 사건’을 분석해 호평받았다.
공동 수상작은 캐슬린 듀발의 <네이티브 네이션스(Native Nations)>다.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1000년 역사를 총망라한 책이다. 유럽 탐험가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기 전 아메리카 원주민의 정치와 경제 체제, 그리고 유럽 이민자들과 조우하며 벌어진 사건 등 덜 알려진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를 다룬다.
한편 저널리즘 부문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한 보도가 15개 부문 중 4개 상을 휩쓰는 등 올해 퓰리처상에서는 미국 사회에 다시 떠오른 인종차별과 극단주의가 화두였다. 퓰리처상 선정위는 올해 특별상 수상자로 흑인 인권 운동가이자 기자 척 스톤을 지정했다. 스톤은 전미흑인기자협회 초대 회장을 지내는 등 2014년 세상을 뜰 때까지 미국 언론계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선정위는 스톤에 대해 “흑인 언론인으로서 길을 개척했다”고 평가하며 미국 인종 문제를 조명하고 평등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선정 이유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