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곤충의 눈으로 지구를 상상하다
<지구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자연을 읽는 새로운 감각을 독자에게 제안하는 에세이다.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문학적 에세이를 쓰는 작가 아이작 유엔은 자연을 단순한 관찰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관계 맺고 감응하며 상상하는 대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현대 생태학적 상상력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통적인 자연 에세이 형식을 벗어나 곤충, 포유류, 양서류, 고대 생물과 화석 등 생물학적·지질학적 주제를 문학적으로 풀어낸다. 나무늘보, 삼엽충, 지의류, 실러캔스, 플라나리아, 카피바라, 거북, 벌, 파리, 산호, 코끼리 등 각종 생명체의 독특한 생존 전략과 감각을 인류의 감정, 행동, 사회 구조와 교차시켰다.

이 책에 실린 40여 편의 단상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사려 깊은 언어로 자연의 깊이와 확장성을 드러낸다. 저자는 나무늘보처럼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는 시선, 잘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나 곤충의 자리에서 바라본 세계의 감각 등을 통해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묻고 있다. 한 편, 한 편이 시 같고 우화 같으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묵직한 통찰이 담겼다.

설지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