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는 기회의 땅…알마티에 韓 스마트시티 기술 심을 것"
일흔을 훌쩍 넘은 나이에도 최유리 카스피안그룹 회장(77·사진)의 눈빛엔 열정이 가득했다.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인 그는 자신의 인생을 ‘투쟁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평생을 경쟁 속에서 살다 보니 그게 경쟁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복싱 선수 출신으로 1990년대 초반 한국 복싱 국가대표팀 코치를 지낸 그는 40대에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그렇게 2004년 창업한 카스피안그룹은 현재 카자흐스탄을 대표하는 투자회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사업 영역도 건설부터 철강, 시멘트, 자동차 제조, 도시 개발까지 다양하다. 최 회장은 “쉬운 길을 가고 싶지 않았고, 계속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지금 위치에 와 있더라”며 웃었다.

최 회장의 별명은 ‘중앙아시아의 정주영’이다. 맨손으로 사업을 일군 과정과 저돌적인 사업 스타일이 현대그룹 창업주와 비슷해 붙은 별명이다. 최 회장은 “정 명예회장 같은 분과 비교된다는 사실 자체가 영광”이라면서도 “롤모델을 따로 두기보단 나 자신으로 남는 게 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드러냈다. 최 회장은 “내 뿌리는 한국에 있고, 한국과 카자흐스탄을 잇는 일이 소명”이라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최근 카자흐스탄에선 K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K컬처를 경험하며 자란 카자흐스탄 2030세대의 높은 호감도를 고려할 때 “지금이 한국 기업들이 카자흐스탄에 진출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석유와 가스 등 원자재를 수출해 먹고살던 카자흐스탄도 이제 ‘진짜’ 비즈니스를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그는 “유럽과 중국, 러시아, 중동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카자흐스탄을 주목할 때”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최근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싱가포르 등지를 오가며 공을 들이는 사업은 ‘알라타우시티 프로젝트’다.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알마티 북부 지역에 부산(771㎢)보다 큰 880㎢ 규모 스마트 신도시를 짓는 사업이다. 금융과 산업, 물류부터 관광·휴양 등을 아우르는 도시 구성으로 190만 명의 인구를 수용하고 11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카스피안그룹은 카자흐스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그는 “알라타우시티는 카자흐스탄을 자원 수출 중심 경제에서 산업 국가로 발돋움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많은 러시아 진출 기업이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이전에 관심을 두면서 알라타우시티 프로젝트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스마트시티 기술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의 프로젝트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삼정KPMG와 손잡고 오는 10월 서울에서 투자 유치를 위한 로드쇼도 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자금 유치는 다른 국가에서 하더라도 알라타우시티를 구축하는 근간인 스마티시티 기술만큼은 한국 기업이 맡아줬으면 좋겠다”며 “카자흐스탄과 한국에 진 마음의 빚을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어 모두 갚고 싶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사진=임형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