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택시’로 통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관련 기업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기 위해 최근 방산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아처에비에이션의 UAM
아처에비에이션의 UAM
18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아처에비에이션 주가는 83.96% 급등했다. 같은 기간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 조비에비에이션은 각각 67.25%, 25.47% 올랐다.

UAM은 도심에서 전기동력을 이용해 수직 이착륙하며 사람이나 화물을 운반하는 교통 시스템이다. 드론·헬리콥터·비행기의 특성을 결합했다. 고도 300~600m 하늘길을 쓰기 때문에 지상 교통체증을 피할 수 있다. 헬리콥터보다 소음과 진동이 적고, 비행기보다 크기가 작아 편리하다.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관련 종목 주가는 지지부진했다. 상용화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UAM은 전용 기체 개발만으론 당장 상용화에 나서기 어렵다. 비행 시스템 운영에 필수인 통신 인프라, 항로 체계가 받쳐줘야 하고 항공 안전과 개인정보 관련 규제도 손질이 필요하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을 비롯한 각국 항공당국의 인증 작업에도 시간이 걸린다.

사업화가 예상보다 늦어지자 UAM 기업들은 최근 잇달아 방산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개발한 UAM용 기체는 소음과 발열이 상대적으로 적고, 긴 활주로도 필요하지 않은 만큼 정찰, 의무 후송, 수송 지원 등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방위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정부와 납품 계약만 성사되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 12일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에어택시 용도로 개발한 UAM 기체의 운행 거리와 적재 중량을 늘린 모델을 개발해 방위·물류 사업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기업인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통해 최근 커지는 유럽 방산시장으로 발을 넓히겠다는 목표다.

조비에비에이션은 이달 초 주주 서한을 통해 미 공군과의 기존 방산 사업 계약 외에 추가 계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처에비에이션도 방산용 하이브리드 기체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간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UAM에 대한 FAA 인증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아처에비에이션이 방산 부문에 더 집중하는 전략을 택할 수 있다”며 “아직 교통 분야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기 어려운 만큼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산 사업을 통해 실적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동에서 주요 UAM 기업이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도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 아처에비에이션은 이르면 올해 안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상용 노선을 운영한다는 목표다. 조비에비에이션은 내년 초 UAE 두바이에서 에어택시를 상용화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선한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