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저부가가치 부품의 메카’란 오명을 들었던 대만이 자율주행차, 로봇 등 최첨단 완제품 생산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하드웨어에서 쌓은 기술력을 토대로 ‘산업 영토 넓히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트론이 대표적이다. 폭스콘과 대만 자동차 제조사 위룽의 합작사인 이 회사는 지난 8일 일본 미쓰비시와 전기차 모델 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폭스트론이 미쓰비시의 의뢰를 받아 개발한 전기차는 2026년 하반기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 출시된다. 자동차 선진국 일본이 대만에 미래차 개발을 맡긴 셈이다.

대만 부품업체들도 사업 영역을 첨단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전문업체인 야게오는 로봇용 센서 사업에 진출했다. 사업 고도화를 위해 올 3분기를 목표로 일본의 강소 센서 업체인 시바우라전자 지분 100% 인수를 추진 중이다. 야게오는 2022년에도 독일과 프랑스 센서 기업을 인수했다. 자율주행 로봇의 필수 부품으로 꼽히는 최첨단 센서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알려졌다. 대만 전원공급장치 업체 델타는 7000만달러(약 970억원)를 투자해 수소 연료전지 생산에 뛰어들었다.

대만 정부도 자국 기업들의 변신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반도체, AI, 방위, 보안, 차세대 통신을 ‘5대 미래사업’으로 꼽고 총력 지원하고 있다. 대만 행정원은 후속 조치로 향후 4년간 전문 서비스 로봇산업 규모를 40억대만달러(약 1850억원)에서 500억대만달러(약 2조3000억원)로 키우기로 했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최근 로봇연구센터를 신설했다. AI를 중심으로 로봇의 ‘두뇌’ 연구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황정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