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시스템스의 원자현미경이 반도체 웨이퍼의 표면을 정밀 검사하는 모습.  파크시스템스 제공
파크시스템스의 원자현미경이 반도체 웨이퍼의 표면을 정밀 검사하는 모습. 파크시스템스 제공
반도체의 초미세화 경쟁이 심화하면서 원자현미경(AFM)이 핵심 장비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광학·전자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미세한 단위까지 측정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자 원자현미경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국내 기업이 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어 투자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연구용에서 산업용으로 발전

1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QY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원자현미경 시장은 2024년 5억4000만달러에서 2030년 10억1000만달러로 연평균 11%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산업용 원자현미경 시장 규모는 2억2000만달러에서 5억3000만달러로 140% 이상 커지며 성장세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9년엔 산업용 원자현미경 시장이 연구용 시장 규모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나노 전쟁…핵심 장비로 떠오른 '원자현미경'
원자현미경은 원자 간 인력(끌어당기는 힘)을 감지해 시료의 표면을 나노 단위로 입체적으로 관찰하는 장비다. 기존 광학 및 전자현미경으로는 측정이 어려운 20㎚(1㎚=10억분의 1m) 이하의 반도체 공정에서 필수적인 계측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반도체 전공정의 박막 두께, 표면 평탄도, 미세 결함 분석부터 후공정의 본딩, 3차원(3D) 패키징까지 원자현미경 활용 범위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1㎚까지 선폭이 좁아지는 초미세 공정 확대에 따라 수요가 늘고 있는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마스크’의 결함 측정과 수율 개선 공정에도 원자현미경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 세계 1위는 한국 업체

원자현미경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한국의 파크시스템스다. 미국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 박사 출신인 박상일 대표가 1997년 설립한 업체다. 이 회사는 탐침을 시료 표면에 닿게 해 표면을 측정하는 기존의 접촉식 원자현미경 단계를 뛰어넘었다. 표면에 닿지 않고도 탐침과 시료 원자 사이의 인력에 따른 미세 진동을 감지해 표면 형상을 측정하는 비접촉식 원자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산업용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기존의 접촉식이 웨이퍼 표면에 손상을 줄 수 있어 많은 반도체 기업이 도입을 망설이던 상황에서 파크시스템스가 그 고민을 풀어준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TSMC, 인텔, 마이크론 외에도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 세계적인 연구 기관이 파크시스템스 제품을 쓰고 있다.

이 회사는 글로벌 원자현미경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브루커(19%), 영국 옥스퍼드인스트루먼츠(9%), 일본 호리바(7%), 러시아 ND-MDT(5%) 등 유수 기업을 제치고 세계 1위다. 산업용 원자현미경 시장으로 국한하면 이 회사의 점유율은 80%로 압도적이다.

브루커와 옥스퍼드인스트루먼츠 등은 고속 스캔과 자동화 기술을 내세워 산업용 시장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이에 맞서 파크시스템스는 고속 스캔 기술을 향상하고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자동화와 융합 기술로 제품 생산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 아큐리온(2022년), 스위스 린시테크(2024년) 등 첨단 광학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도 확대 중이다.

이 회사는 초격차를 벌이며 올해 1분기에도 509억원의 매출로 전년 동기 대비 9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131억5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2478% 급증했다. 하반기로 갈수록 매출이 높아지는 구조를 감안하면 지난해(매출 1751억원, 영업이익 385억원)에 이어 올해도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파크시스템스 관계자는 “원자현미경 수요는 반도체뿐 아니라 2차전지, 바이오, 소재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초격차를 유지해 반도체 미세화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