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상위를 미국 투자형 상품이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내 투자형 상품이 순위표를 싹쓸이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중 관세 갈등이 완화되며 한국 등 다른 시장과 ‘디커플링’이 심화됐던 미국 증시가 반등한 데 따른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미국 증시의 단기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론 견조한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4월과는 확 달라진 한·미 ETF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들어 국내 ETF 수익률 20위 종목 중 15개를 미국 투자형 상품이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1위는 29.03% 급등한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이 차지했다. 2위는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레버리지’, 3위는 ‘KIWOOM '미국양자컴퓨팅’이었다. 수익률은 각각 28.31%, 22.03%였다. 이달 들어 미국 시장이 기술주 위주로 크게 반등하며 이들 ETF의 수익률도 급등했다.

이 밖에 ‘KODEX 미국AI전력핵심인프라’(10위·19%), ‘ACE 엔비디아밸류체인액티브’(15위·17.49%) 등 미국 인공지능(AI) 관련주에 투자하는 ETF 수익률도 좋았다.

반면 국내 투자형은 ‘TIGER Fn 신재생에너지’(4위·21.72%), ‘KODEX 신재생에너지액티브’(6위·19.52%) 등 5개 종목이 20위 안에 들어가는 데 그쳤다. 그나마 최근 대선 테마를 타고 신재생 관련주가 급등한 덕분이다.

지난달과는 정반대다. 4월 한 달간 ETF 수익률 상위 20위 안에 미국 투자형 상품은 한 개도 없었다. ‘TIGER 조선TOP10’(1위·27.73%), ‘PLUS 한화그룹주’(3위·22.89%), ‘PLUS 태양광&ESS’(6위·21.12%), ‘TIGER 200 중공업’(7위·18.36%), SOL 화장품TOP3플러스(8위·16.97%) 등 국내형 상품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변동성 커진 미 증시, 하반기 반등”

이런 대조적 흐름은 관세 갈등에 따라 미국과 미국 외 시장의 수익률이 엎치락뒤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발표되면서 미국 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지만 글로벌 자금이 이동한 유럽과 신흥국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상호관세 발표 후 지난달 말까지 나스닥종합지수가 0.9% 하락했지마 코스피지수는 3.7% 오른 게 대표적이다.

이달 트럼프 정책이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자 뉴욕증시는 빠르게 반등했다. 나스닥지수는 이달 들어 19일까지 10.1% 반등하는 회복력을 과시했다. 무디스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직후에도 S&P500지수는 상승 마감했을 정도다. 최근 한 달 기준 나스닥과 S&P500지수는 21.07%, 15.61% 급등한 반면 코스피지수는 4.56% 오르는 데 그쳤다.

일각에선 관세 정책에 따른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신용등급 강등 원인이 된 재정적자, 높은 증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을 들어 당분간 미국 내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책 불확실성에 따라 가시화한 미국 자산에 대한 불안감이 신용등급 하향으로 고조되고 있다”며 “미국 자산보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대체재가 많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경제의 체력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 견해다. UBS는 최근 미국 주식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하면서도 “미국 증시의 중장기 상승 가능성은 유효하다”며 “하반기부터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가 경제 지표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한신 기자 [email protected]